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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의 장기휴전을 위한 협상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 5일부터 72시간 휴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을 장기화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다시 무력충돌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마스가 휴전연장을 거부하고 로켓포 공격을 재개한 가운데 이스라엘도 맞대응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다시 전쟁의 포화 속으로 내몰리게 됐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8시(현지시간) 72시간 휴전협상이 끝난 직후 하마스가 최소 18발의 로켓포를 이스라엘 남부지역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추가로 72시간의 휴전연장을 요청했지만 하마스 측은 이를 거부하고 공격을 재개했다. 그 가운데 2발은 '아이언돔(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으며 나머지는 공터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스라엘 측은 덧붙였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로켓포 2발이 양측 간에 합의한 휴전 시한이 끝나기 4시간 전에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으나 그동안 하마스가 공격을 재개하면 무력응징을 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이번주 말을 기점으로 가자지구의 포성이 다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하마스가 공격을 재개한다면 이스라엘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가자지구를 접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군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앞서 72시간 휴전에 들어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 정부의 중재로 7일 카이로에서 장기휴전을 위한 협상을 밤늦게까지 벌였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 봉쇄가 풀리기 전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또 약 100명의 하마스 대원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석방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장해제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가자지구 봉쇄 해제 요구에 대해서도 가자로 통하는 육해상 통로로 무기가 공급되므로 봉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간 통로는 2007년 이후 봉쇄됐으며 지난해 7월 하마스에 적대적인 이집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집트 국경 간 통로도 막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양측이 서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건 것은 추가 공격을 위한 명분쌓기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신들도 이스라엘의 최종 목적이 강경파인 하마스를 축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축출한 후 온건파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가자지구를 통치하도록 하고 이집트와의 국경 봉쇄를 풀어주는 방안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쿠데타에 성공한 뒤 이스라엘과 손잡고 하마스 축출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한달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로 지금까지 1,875명의 팔레스타인인과 67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또 18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 중 30%가 대피해 있으며 약 6만5,000명은 집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