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유럽 굴지의 가전업체인 프랑스 톰슨 멀티미디어사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경영」에 대한 또 하나의 발걸음을 내디뎠다.톰슨 멀티미디어는 프랑스 국영기업 톰슨그룹 계열사로 컬러 TV와 VCR를 주로 생산하는 유럽 2위, 세계 4위의 가전업체다.
대우전자는 이같은 톰슨을 인수함으로써 일본의 소니, 네덜란드의 필립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컬러TV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대우전자의 연간 생산량은 6백50만대로 톰슨의 8백만대와 합치면 소니의 1천2백만대를 앞서게 되는 것이다.
대우전자는 또 세계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게 됐다. 톰슨이 갖고 있는 RCA상표를 얻게 되어 전자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히고 유명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 「세계 경영」은 더욱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이와함께 VCR 디지털 위성 리코더 디지털TV 등 톰슨의 우수한 기술력을 인수하게 되어 21세기 멀티미디어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게 됐다.
거기까지에는 대우전자에 안겨진 과제가 적지 않다. 세계적 기업의 인수가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자기업 톰슨의 경영 정상화가 급한 불이다. 톰슨은 3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고 지난해 매출 73억 달러에도 불구하고 2억1천여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는 경영노력과 함께 추가고용 창출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 근로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급하다. 해외 진출 업체가 그렇듯이 그곳의 문화와 관습에 적응하는 현지화 경영이 중요하다.
과거에 LG가 제니스를, 삼성이 AST를 인수하고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전례를 새겨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톰슨을 단돈 1프랑에 팔기로 한 것은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