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엔저로 기운 차린 소니, 휘청거리는 현대차

아베 신조 정부의 엔저(円低) 드라이브가 4년간 적자 수렁에 빠졌던 소니를 구해냈다. 연결기준 당기순손익이 1년 새 4,567억엔(5조1,000억원) 적자에서 400억엔 흑자로 돌아서고 매출도 당초 예상보다 5% 늘어났다. 빌딩 매각, 공장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과 일본 증시의 호조로 자회사 소니생명의 자산운용 실적이 좋아진 영향도 있지만 엔저로 수출채산성이 좋아진 덕을 톡톡히 봤다.


중일 영토분쟁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죽을 쒀 올 1ㆍ4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2.2% 감소한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도 엔저 덕분이다. 일본 200대 기업의 순이익은 올해 75%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관민합동 수출지원체제도 위력적이다. 수익성ㆍ시장점유율 회복이 원천적인 경쟁력을 높여줄 차세대 제품 개발로 이어진다면 한국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수개월 사이 20% 이상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에 바이어를 빼앗기거나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그럭저럭 현상유지를 하던 대미 수출도 엔저가 본격화한 4ㆍ4분기에 3.4%, 올 1ㆍ4분기에 4.6% 감소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ㆍ4분기 영업이익은 10.7%나 줄어들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감수하며 수출하는 중소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이 110엔 수준으로 10%가량 더 오르면 대기업들도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대세가 된 엔저는 당분간 한국 경제를 옥죌 수밖에 없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 리스크보다 크다. 엔저 탓에 내년 초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제도를 잇따라 내놓고 두더지 사냥 식 대기업 때리기로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

엔저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효과는 2ㆍ4분기에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우리 경제를 지탱시키는 원동력이다. 보다 실효성 있는 엔저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고환율의 단물을 빨아들이는 데 익숙했던 기업들도 엔저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