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임원출신 총재 임명 전통 부활할까

이달 말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 총재 인선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한은 부총재가 바로 총재로 승진하는 사례가 부활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현직 관료와 대학총장, 교수, 한은 출신 금융계 인사 등의 이름이 두루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성태 현 한은 부총재의 임명 가능성에 갈수록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만일 이 부총재가 총재로 임명될 경우 1993∼95년 재임한 김명호 총재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 임원 출신 인사가 총재에 오르는 케이스가 된다. 특히 부총재에서 곧 바로 총재로 승진하는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이 된다. 95년 김명호 총재가 물러난 후 한은 수장에 오른 이경식, 전철환, 박승 등 3명의 총재들 가운데 일부는 젊은 시절 잠시 한은에 몸을 담기는 했지만 관계 또는 학계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한은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 출신이 총재에 오르는 전통이 다시 부활되기를 바라는 기류가 강하다. ◇ 한은 부총재 출신인사의 총재 임명 사례 한은에서 지금까지 부총재에서 총재로 곧 바로 승진한 사례는 2대 총재인 김유택씨가 유일하다. 김 전 총재는 51년 12월 수석부총재(지금의 부총재)로 재임중 총재로 임명됐다. 이후 7대 총재인 민병도씨와 8대 총재인 이정환씨는 수석부총재를 거쳐 제일은행장과 농협중앙회장 등을 역임한 후 한은 총재에 임명된 케이스다. 14대 총재인 하영기씨도 부총재를 지낸 후 제일은행장, 산업은행 총재 등을 거쳐 한은 총재 자리에 올랐으며 17대 김건 총재도 부총재에 이어 은행감독원장과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후 한은 총재에 임명됐다. 마지막으로는 19대 김명호 총재가 부총재를 거쳐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은행감독원장을 지낸 후 93년 총재에 임명됐다. 한은에서 은행감독원이 분리되기 이전에는 한은 조직 서열상 총재 바로 다음이 부총재가 아닌 은행감독원장이었기 때문에 부총재에서 곧 바로 총재로 승진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했다. 또 한은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부총재보(이사)와 부총재까지 오른 후에는 시중은행 또는 국책은행장, 금융기관 이사장 등으로 외부에서 무게있는 경력을 쌓은 후 한은 총재로 복귀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시중은행의 인수.합병이 가속화되고 외국인 지분이 커짐에 따라 한은 임원 출신이 시중은행장 등으로 진출하는 통로가 극도로 좁아졌으며 그로 인해 한은 임원 출신 가운데 외부에서 중량감있는 경력을 쌓은 인물군이 과거에 비해서는 한결 줄어든 상태다. ◇ 과거와 달라진 한은 부총재 위상 한은 임원출신 인사들이 외부에서 비중있는 자리에 포진하는 경우가 줄어드는데 반해 한은의 현직 부총재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과거에는 한은 부총재는 총재가 임명하는 자리였으나 2003년 한은법 개정으로 부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바뀌었으며 바로 첫 케이스가 이성태 부총재다. 이와 함께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을 겸하도록 돼 있어 과거와는 완전히 위상이 달라졌다. 따라서 이 부총재가 곧 바로 총재로 승진한다는 가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한은법 개정 이후 달라진 부총재의 위상을 감안할 때 이런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과거 총재가 임명하던 부총재는 주로 한은의 안살림을 챙기면서 일반직원과 총재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해왔다면 한은법 개정 이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부총재는 한은 내부 살림도 살피면서 금통위에 참석,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자리로 한층 격상됐다. 따라서 부총재가 총재로 바로 승진하는 것이 한은 내부업무와 통화정책 운용의 연속성 측면에서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이 한은 내부의 분위기다. ◇ 장점이자 단점인 학연 이 부총재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2년 선배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서울 상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여서 노 대통령도 이 부총재의 이름을 학창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부총재는 한은 내부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고 본인 능력으로 부총재의 자리에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총재로 임명되는데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인 한은 직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일부에서는 이 부총재가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활동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원래 한은 부총재가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한은 총재와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을 아프리카 순방(6∼14일) 이후에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새 총재의 윤곽은 이달 16일을 전후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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