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선장없는 현대차 '경영공백' 누가 메우나

김동진 부회장 중심 비상경영체제 가동될 듯<br>투자는 전면보류한 채 당분간 '보수경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27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현대차호(號)의 앞날에 진한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그토록 강조해왔듯이 정 회장은 오너를 넘어 각종 현안을직접 챙기는 역동적 CEO(최고경영자)에 가깝기 때문에 그의 부재는 그룹에 엄청난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업무를 챙길 두드러진 2인자가 없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상당기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운전사 없는 현대차..경영공백 우려 = 현대차는 그동안 정 회장의 카리스마를 발판으로 급성장을 이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과를 떠나 현대.기아차가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류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한 데 정 회장의 활발한 현장경영과 지속적인 품질경영이 중요한원동력이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회사에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 2인자를 키우지 않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결과론적으로 그가 부재시에 믿고 일을 맡길 경영자의 부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불구속 처분이 예상되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 나이가 어린데다 매출 85조원의 대그룹을 이끌기에는 경험이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구속은 면했지만 여전히 사법처리 대상에 올라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더욱이 그의 역할은 기아차 대표이사로 한정돼 있어 맏형격인 현대차까지 관장하기는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보유 지분도 턱없이 낮아 그룹 안팎에서 정 회장에 필적하는 장악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 사장이 아니라면 김동진 현대차 총괄부회장 등 전문 경영인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그룹 관계자들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일시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40개 계열사가 현대차와 기아차라는 두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그룹 구조상 전체를 아우르고 총괄하는 임무를 맡는 이가 필요한데, 전문경영인으로는 수많은 계열사를 잡음없이 움직이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해외사업이다.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5-10년 뒤를 내다보고 진행해야 하는 해외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뚝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은 실패의 책임이 두려워 앞장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비상경영체제 가동..후폭풍도 불듯 = 현대차는 그동안 정 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입에 담는 것 자체를 꺼려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은밀히 이같은 가능성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굵직한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한 채 당분간 각 본부장별로일상적인 업무만 처리하는 방향으로 비상경영체제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부장 전결로 가능한 일상적인 업무만 진행할 뿐 회장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은 전면 보류"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들도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은 진행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만 하는 보수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반적인 경영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 회장이 구속되더라도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1심 재판 결과 집행유예를 받아 공백상황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경영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정 회장의 역할을 대신해 그룹 전반을 책임질 총괄 CEO가 선임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자리는 김동진 부회장의 선임이 유력하지만 외부에서 도덕성이 돋보이고 신선한 인물이 영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투명경영과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정착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와중에 오너 구속의 책임을 둘러싸고 임원진간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만만찮은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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