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7일] 무어의 종이컵

자판기와 종이컵. 어느 게 먼저 나왔을까? 자판기다. 기원전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종이컵 등장 시기는 1908년. 하버드대학생 휴 무어(Hugh Moore)가 만들어냈다. 1887년 4월27일 캔자스에서 태어나 지역신문 기자로도 일했던 그의 발명 계기는 매형 로렌스 룰렌. 막 유행하기 시작한 ‘자동판매기’로 생수를 파는 매형의 사업에 합류한 무어는 고민에 빠졌다. 툭하면 깨지는 유리잔 때문에 사람들은 생수자판기를 기피했다. 돈도 많이 들어갔다. ‘깨지지 않는 자판기용 컵’을 연구하던 그는 어느날 무릎을 쳤다. 나뭇잎으로 물을 나눠 마시는 영화 포스터에서 종이컵을 착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지만 마침내 찢어지지도 젖지도 않는 재질을 가진 종이를 찾아냈다. 남은 것은 제작과 판매, 성공뿐이라고 여긴 그는 학업도 중단하고 일에 매달렸다. 결과는 실패. 생수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려웠던 탓이다. 몇 차례 자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매형은 회사를 떠났으나 무어는 성공을 확신하고 버텼다. 때마침 ‘인간을 바이러스에서 구하는 길은 오직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뿐’이라는 건강 보고서가 나오자 그의 사업도 비로소 순풍을 만났다. 미국이 1차 대전에 참전하자 신혼의 아내를 남겨두고 자원 입대, 육군 대위로 복무했던 그는 종전 후 사업에 복귀해 1920년에는 아이스크림용 종이컵까지 선보이며 돈방석에 앉았다. 1957년 은퇴해 산아제한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이다 1972년 사망했지만 무어는 아직도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환경 논란 속에서도 커피 편의점 등의 확산으로 종이컵의 사용은 늘어만 간다. 우리나라에서만 매월 7,000톤씩의 종이컵 원지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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