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세진 경영방식 고민

◎“조립PC로 가격파괴” 기존 이미지 고수에 “자사제품 시장점유율 되레 잠식” 우려론도대우통신이 세진컴퓨터랜드를 직접 경영키로 함에 따라 세진컴퓨터랜드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운영될 것인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통신은 사장만 교체하고 76개 유통망과 3천여명의 임직원 등 세진의 기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조립PC·메이커PC·부품·소프트웨어 등 PC와 관련된 대부분의 제품을 취급했던 세진의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대우통신의 고위 관계자는 이와관련 『세진은 대우의 대리점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전문유통업체로 육성될 것』이라며 『따라서 조립PC는 물론 경쟁사 메이커PC의 판매체제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우가 과연 세진의 기존체제를 그대로 유지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 우선 세진의 경우 조립PC의 판매비율이 70%∼80%에 이르고 있는데 대우의 입장에선 자사 제품을 제쳐두고 조립PC 판매에 주력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립PC의 적극적인 판매는 자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에 친청체제를 구축한 대우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경쟁업체보다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는 자사 제품 위주로 76개라는 방대한 유통망을 운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대우가 한상수 전사장에게 조립PC생산을 전담토록 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지 않아 실행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한사장이 개인적으로 경기 시화공단에 3천평규모의 PC공장을 임차해 조립PC를 생산, 세진컴퓨터랜드에 납품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우가 반드시 이 제품을 구입해 줄 의무는 없다』며 『다만 품질과 가격이 타당할 때 제품 구입이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때 대우가 직접 경영하는 세진은 종전의 세진과는 달리 조립PC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럴 경우 세진의 돌풍을 몰고온 과감한 가격파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상당히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대우가 세진을 경영하는데 상당한 애로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과감한 가격파괴는 통상 메이커PC 보다는 간접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조립PC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는 세진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조립PC 판매체제를 유지해야 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대기업의 관료적인 경영체제가 자유분방한 세진에 주입된다면 튀는 분위기의 세진의 장점도 격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우통신은 세진의 종전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어 세진은 단기적으로 큰 변화를 겪지 않을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론 현재의 체제에서 어떤 형태로든 탈바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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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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