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K리더십 향방에 초미의 관심

[현대차 사태 바깥세상 시각은…] <br>그룹 명운 걸린 핵심프로젝트등 나홀로 결단<br>"현대차 비약적 발전의 원동력은 정회장 뚝심"<br>초일류진입 문턱서 선장없는 배 표류 가능성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모든 과정에서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만일 (이번 현대차 비자금 수사 여파로) 그의 거취에 문제가 생긴다면 현대차 안팎 모두가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인 ‘위즈 오토월드’의 빈스 코트니 기자) 이른바 ‘MK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품질경영과 글로벌 확장경영이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성공적 출발을 전후해 ‘정몽구 신화’를 앞다퉈 보도했던 해외 언론들이 최근 ‘현대차 사태’를 대하면서 “‘MK의 글로벌 공략’이 다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타전했다. 한마디로 외신들은 이번 ‘현대차 사태’에 대해 본질과 무관하게 ‘MK 리더십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맞춰 추적하는 모습이다. ◇‘MK=현대차’의 등식=중국 베이징 현대차 공장 설립, 미국 앨라배마 공장 건설,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설립 결정, 체코 기아차 유럽공장 기지 확보 등등. 최근 몇년 새 현대차가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숨가쁘게 펼쳐간 천문학적인 투자결정 내용들이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현대차그룹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높아진 글로벌 브랜드의 위상(최근 미국시장 점유율 3% 육박)에 맞춰 동시다발로 펼치는 이 같은 경영결정을 놓고 대부분의 외신들은 ‘현대차의 질주’라며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로젝트 한 건을 추스른다 해도 규모 자체가 만만치 않은데 현대차가 이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의 거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다면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나. “예산집행을 비롯한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해외공장 신ㆍ증설이나 신기술 개발, 신차 프로젝트 같은 그룹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핵심사업은 모두 정몽구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임원) ‘형제의 난’ 이후 최근 5~6년 동안 현대ㆍ기아차가 진행한 눈부신 변화의 원천이 바로 정몽구 회장이라는 이야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는 방식은 새로운 도전, 한 단계 더 높은 과업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방식”이라며 “현대ㆍ기아차그룹은 그동안 정 회장의 지휘 아래 잔뜩 가속페달을 밟아왔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정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면 그동안의 속도를 견뎌낼 새로운 리더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했다. 쉽게 말해 ‘MK 리더십’이 없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초일류로 올라서기는커녕 자칫 ‘선장 없는 배’ 처럼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 해외시장에서의 눈부신 도약을 실현해왔지만 ‘생산량 기준 세계 5위 업체’가 되겠다는 현대차의 계획이 검찰 수사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MK식 리더십’이 지니는 가치=“검찰이 현대차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한다면 시장에서 바라보는 (현대차에 대한) 분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 (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디스커버리캐피털의 데이비드 전 펀드매니저) “(현대차를 둘러싼) 최근 일련의 사태는 최고 경영진이 발휘해야 할 ‘경영의 순수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보스턴 소재 월든에셋매니지먼트의 티모시 스미스 수석부사장) 미국 등 주요 해외시장 금융가에서 최근의 현대차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대규모 투자의 밑그림을 만들고 결단을 내렸던 정몽구 회장의 경영활동이 이번 검찰 수사 등의 여파로 위축될 경우 글로벌기업으로서의 현대차에 대한 대외 신인도 훼손과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선 MK 리더십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가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현대차의 글로벌 무대 진입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방향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MK식 리더십’ 또는 ‘한국식 오너경영’에 대해 최근 격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마크 로우 하버드법대 교수는 “지배구조는 나라마다 다르고, 기업마다 다른 것”이라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정치ㆍ문화ㆍ사회적 차이를 갖고 있어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권 또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집중돼야만 기업의 힘이 강해진다”며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경영권에 힘을 실어줘야 하고 지배구조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식 오너경영’의 가능성과 파괴력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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