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영환 과학기술부장관

'사이언스 북 스타트'로 "科技대중화"대담=최영규 정보통신부장 ykchoi@sed.co.kr "It's a Poetry!(이건 조물주가 쓴 시야!)" 영화 '콘택트(Contact)'의 여주인공(조디 포스터 분)은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보며 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지구상의 컴퓨터를 모두 연결해 지구 밖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해 외계 생명체를 찾자는 '세티@홈' 프로젝트. 네티즌의 적극적인 참여와 첨단의 과학기술을 한 곳에 모아야 성공할 수 있다. 범 지구적인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영화. >>관련기사 그 속의 조디 포스터는 과학기술의 맨 끝 자락에 왜 시를 떠올렸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의 섭리 속에서 따뜻한 인간미,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김영환 장관은 서로 연관성이 없을 것만 같은 경력을 가졌다. 그는 시인이다. '꽃과 운명', '따라오라 시여''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등 4권의 시집과 동시집인 '똥 먹는 아빠', 산문집 '홀로 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등을 펴냈다. 평소 흉금을 터놓고 교분을 쌓은 분도 도종환ㆍ황지우 같은 시인이나 화가인 김호석ㆍ사석원씨 들이다. 대학시절, 유신철폐투쟁으로 2년간 옥고를 치렀다. 군내 나는 노동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종로에서 '믿음 치과'를 개업, 한 동안은 돈 잘 버는 '뺀치쟁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또 5년간 금배지를 달고 국회의사당을 드나들었다. 지금은 과학기술부의 수장이다. 과거와 지금의 김영환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연의 끈은 그의 말에서 금새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자가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적 상상력은 과학의 창의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죠." 예술과 과학의 단단한 연결고리, 영화 콘택트의 '시(詩)'를 그는 알고 있다. 이 말은 또 시인인 그가 과학기술부 최고의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짐작케 한다. 실험실속에 틀어 박혀 고리타분한 느낌마저 주는 지금의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그는 전문성보다는 꿈을 가진 새로운 비전으로 과학기술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김 장관은 자칭 '과학기술 전도사'로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과학기술 대중화 운동인 '사이언스 북 스타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이 이 운동을 전담할 '과학사랑 나라사랑 운동본부(사단법인)'의 공동 대표를 맡도록 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과학은 사람입니다. 서로의 만남 속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합니다. '사이언스 북 스타트'는 과학자들의 손으로 책을 보내자는 운동입니다. 자신들이 직접 쓴 책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보냄으로써 과학기술을 쉬우면서도 소중하게 여기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과학기술은 친근해야 합니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늘 꺼내 보는 애인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만남'은 김 장관의 생활이다. 그 것이 어디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에 종사하든 안 하든 그는 틈만 나면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 출연연구소 소장을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물론 아무래도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과학기술노조 관계자들과도 자리를 함께 했다. "서로 만나 대화하는 것은 모든 일의 시작입니다. 과기노조와 만나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서로 역할을 바꿔 장관은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나설 테니 과기 노조는 경영혁신을 하자구 말입니다." 김 장관은 지난 3월 임명장을 받았다. 그 때 김대중 대통령은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젊은 장관으로서 패기를 가지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그 당부를 이렇게 이해한다. '사적인 인연에 얽매이지 말고 엄정하게 일을 처리하라. 과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달라.' "어려운 시기에 장관이 됐습니다. 장관이 되고 나서 잠을 잘 못자고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라기 보다는 뭔가 한가지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는 장관이라는 자리에 실린 무게를 실감한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장래를 이끌고 갈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그는 잘 안다. 그래서 김 장관은 한가지를 하겠다고 매달린다. "지금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시대로 올라서는데 필요한 정책을 발굴해야 합니다." 그는 지금이 과학기술의 '체력과 기량'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자들은 전문연구분야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것이 바로 체력을 강화하는 방안입니다. 또 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잘해야 합니다. 국가 출연연구소의 위상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영재교육도 중요합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 중 연구개발(R&D) 비중은 올해의 4.3%에서 5%로 늘어난다. 김 장관은 이를 과학기술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어려운 시기에 R&D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과학기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장관으로서 예산을 알뜰하게 쓰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엄격하게 심사해 중복투자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생명공학(BT)와 같은 미래기술과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는데도 힘쓸 계획입니다." 김 장관은 장영실과 루이 파스퇴르 같은 과학자를 존경한다. 그는 또 고 문익환 목사와 전봉준 장군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한다. "전봉준 장군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하게 떨쳐 일어섰던 분입니다. 파스퇴르는 조국 프랑스를 박테리아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파스퇴르의 삶은 애국심과 조국애 자체 였습니다." 김 장관과 존경하는 인물사이에는 '나라사랑'이 공약수로 자리잡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김 장관의 말과 행동을 정치와 연관짓곤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단호하다. "3선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정치인이 아니라 장관입니다. 장 관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김 장관은 미래기술을 통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과학기술부에 온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 "과기부에는 유능하고 충직한 직원이 많습니다. 직원들의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또 언젠가 과기부를 떠날 때에는 재임기간 과학기술자의 위상과 사기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길 원합니다." /정리=문병도기자 do@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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