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홈쇼핑 5조 시대] 2.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지난 98년 서울시 가구협동조합의 여러 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만든 가구 브랜드 '가보로'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 사업부를 맡았던 송정남 사장은 막막했다.영세한 가구업체 10곳이 '살아보자'고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지만 다섯개의 매장에서 올리는 1년 매출이 겨우 30억원. 이대로 가다가는 어렵게 탄생시킨 브랜드가 자금난으로 자연도태 될 판이었다. 송 사장이 판로를 개척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연결된 곳이 CJ홈쇼핑.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이 회사가 가보로를 살려내는 수호천사가 될 줄은 몰랐다. 관련기사- - 업체들까지 '100만원씩이나 하는 소파세트를 누가 TV방송만 보고 사겠느냐'는 생각이었으니 그런 회의는 당연했다. 15분 짜리 첫 방송이 나가자 소파세트 10여개가 팔렸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는 생각에 힘을 얻어 방송시간을 늘려나가자 물건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CJ홈쇼핑이 물건을 팔 때 마다 현금으로 결제를 해주자 돈을 떼일까봐 공급을 기피하던 원자재 업체들도 자재 공급을 재개했다. 이렇게 활로를 찾은 가보로의 올 매출목표는 300억원. 불과 4년새 매출이 10배가 늘었고 참여 업체수도 80개에 육박하고 있다. 홈쇼핑은 이처럼 마땅한 판로가 없어 고생하던 중소기업들에게 구세주처럼 다가왔다. 최근에는 일반에게 잘 알려진 대기업 제품도 많이 소개되고 있으나 여전히 홈쇼핑에는 중소기업제품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판매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홈쇼핑 업체에서 1년간 판매되는 상품은 대략 3만 여종. 업계에서는 중복되는 상품을 제외해도 5만여 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80%가 국산이며 20%가 수입품이고, 국산 상품 중 90% 내외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특히 쇼핑 호스트들의 자세한 제품설명을 앞세운 홈쇼핑은 우수한 상품력에도 불구,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상품들의 판매에 위력을 발휘했다. ▦속옷 브랜드 '피델리아' ▦각선미를 가꿔주는 '세븐 라이너' ▦수질을 개선해주는 '연수기' ▦찜질기능을 가진 '옥돌매트' ▦만능조리 기구 '도깨비 방망이'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 켠에 밀려 있었던 상품들이 홈쇼핑에 올려 놓자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따라 월평균 1억원의 매출도 못 올리던 기업들이 홈쇼핑에 납품 이후 월 수십억, 연간 수백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위력이 입증되자 이제는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홈쇼핑을 신상품의 반응을 체크하는 안테나숍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9시 뉴스 전후에 30초 1회 광고를 위해 방송사에 내는 비용이 1,600만원. 하루 한 번씩 한 달간 광고를 하면 30분 광고에 4억8,000만원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이 홈쇼핑에서 제품을 방송하게 되면 1시간 동안 제품을 팔아 돈을 벌어가며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업체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을 알리기 위해 홈쇼핑에 물건을 공급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홈쇼핑 산업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홈쇼핑 사업에 필수 조건인 물류, 택배 산업 및 IT산업들까지 특수를 누리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류ㆍ 택배산업은 홈쇼핑이라는 대형 수요처로 인해 거점 도시에만 머물던 인프라가 읍ㆍ면 단위 구석구석까지 실핏줄처럼 뻗어 나갔다. IT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세계정상을 인정 받고 있는 IT산업은 홈쇼핑의 방송ㆍ 콜센터ㆍ물류ㆍ택배 시스템에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발전에 가속이 붙고 있다. 우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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