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삼성차 부도론] 꼬이는 빅딜 "차라리 법대로"

삼성자동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장기화되면서 재계는 새로운 대안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기업간 자율협상에 의해 빅딜을 성사시킨다는 원칙론에도 불구, 협상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나 금융권이 공식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계는 어차피 삼성자동차의 정상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부도처리후 제3자매각이라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것아니냐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삼성이 책임질 부분이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가 걸림돌이다. 삼성그룹이란 신용 하나만으로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였고 결국 홀로서기에 실패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삼성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국민감정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삼성차 부도론 왜 나오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24일 『재계에서는 삼성차를 파산처리한 뒤 법에 따라 처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다』는 간접화법을 동원,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현재 상태에서는 삼성차의 부채분담 문제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사재(私財)출연 문제 등때문에 빅딜 타결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부도처리라는 정공법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어쩌면 개인의견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삼성차 빅딜이 막바지국면에서 미로를 헤매는 현 시점을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은 발언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도 『삼성측이 그룹이미지 손상 등 무형의 부담에도 불구, 「부도론」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미 상당수준 논의를 진행해왔음을 느끼게하는 대목이다. ◇부도처리후 매각이란=재계가 부도론을 거론하는 표면적인 근거는 「절차의 투명성」이다. 삼성차를 먼저 부도처리한 뒤 채권단이 모든 국면을 주도, 화의나 법정관리를 추진하는 동시에 제3자 매각을 실시하면서 대우측으로 넘기는 수순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대우, 금융감독위원회가 비밀스럽게 만나 물밑 조율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모든 절차는 여타 기업부도때와 마찬가지로 공개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의 매각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되는 셈이다. 말그대로 『법대로 하자』는 의미다. ◇문제는 금융권의 반발=당연히 금융권은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자동차를 부도처리할 경우 금융기관들은 삼성차에 대한 채권을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위기를 간신히 넘기며 기사회생하고 있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이 또다시 4조원이상의 부실채권으로 휘청거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대부분 금융기관이 삼성이라는 그룹의 신용만 믿고 삼성차에 담보없이 거액을 대출해준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자동차가 발행한 회사채도 금융시장을 혼돈상태로 몰고갈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이 안고 있는 삼성자동차 채권만 회사채지급보증분 1조8,000억원과 이자 7,000억원 등 2조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삼성이란 이름만 보고 보증을 서준 것.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겨우 일으켜세운 서울보증보험이 위태롭다는 뜻이다. 또 현재상태에서는 금융기관의 부담이란 곧바로 국민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문제다. ◇부도시 삼성의 부담은=부도론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자동차 경영에 실패한 삼성이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지느냐가 관심이다. 현실적으로 삼성차 부도에 따른 손실을 금융권에만 떠넘기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법대로 하자면 삼성차가 부도처리될 경우 삼성이 입을 손해는 삼성차에 대한 삼성생명의 대출금 5,400억원 정도에 머문다. 말그대로 금융기관들이 신용으로 대출해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차가 부도처리 되더라도 삼성이 계열사든, 이건희(李健熙)회장 개인이든 부담해야할 금액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의 선택=금감위는 당초 빅딜이 실패할 경우 귀책사유가 있는 쪽에 벌칙금리부과→신규여신중단→만기도래여신 회수→강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의 금융제재를 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융제재를 할만한 법적인 근거도 뚜렷하지 않은 만큼 제재수단이 마땅치않다는게 금감위의 고민이고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자율빅딜 성사보다는 「부도후 매각」에 무게를 두는 재계의 입장변화에 대해 정부는 이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나 향후 처리절차 등을 고민해야할 차례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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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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