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다시 청춘을 예찬하게 하라


최근 들어 지구촌 곳곳에 불온한 기운이 퍼지고 있다.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의 폭동,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 월가의 시위에 이어 유럽의 시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어느 곳을 둘러봐도 기성 사회에 항거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 불온한 기운은 모두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청년 실업이 전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는 암담한 현실, 걱정스러운 미래에 대한 전세계 젊은 층의 불만이 촉발한 결과다. 암담한 현실에 대한 불만 폭발 사실 젊음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변화를 꿈꾼다. 그것은 젊음의 특권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그저 지금 이대로 살아도 좋다며 기득권을 향유하려는 기성세대를 대신해 사회 변화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젊은 층의 몸짓은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진보를 향해 굴러가게 하는 수레바퀴 역할을 해왔다. 돌이켜보면 내 청춘도 불온한 기운과 동거했다. 그나마 내가 청춘이던 시절은 고도 경제성장기였던 덕분에 취업 같은 개인적인 관심사는 밀쳐두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대의명분에만 집착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 전세계를 위협하는 청년 실업 문제는 한 개인의 인생과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훨씬 파괴력이나 결집력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청춘들도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위기감과 절망감에 괴롭다. 때문에 청춘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청춘들과 소통하는 이들이 최근 들어 승승장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30주 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면서 국내 인문서 사상 최단기간에 10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청춘은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버겁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너무 혼자 아파하지 마라"는 김 교수의 말은 수많은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대담 강연인 '청춘콘서트'는 젊은 층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사회적으로 성공 모델인 두 사람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다른 길을 모색하고 사회에 비판적인 눈길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청춘들은 감명받았다. 안 원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일약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 박경철 원장이 젊은 세대를 위해 쓴 '자기혁명'역시 최근 출간 일주일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저자는 "내 회한을 담은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내 실패를 족보처럼 정리해 후배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나 안 원장이 하루아침에 서울시장 후보, 잠재적 대권 후보로 떠오른 배경은 기성 정치권이 고용 문제, 특히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반대급부인 셈이다. 자신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못하는, 미래의 비전을 열어주지 못하는 사회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이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고스란히 옮아간 것이다. 끌어안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청춘이 일말의 희망도 품을 수 없게 된 사회는 정치도, 그 무엇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정치권은 젊은 층을 단순히 '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나라의 진정한 미래로 여기고 함께 소통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들이 다시 청춘을 예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로만이 능사는 아니다. 젊은이들이 사회와 미래에 희망을 갖고 인생을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미국도, 유럽도, 중동도 전세계가 젊은 층의 시위로 비틀거리고 있는 이때 어느 나라가 먼저 청춘의 불만과 저항을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바꿔놓느냐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달라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정당 정치인이건, 무당파 정치인이건 젊은 층을 끌어안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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