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나국주 일조 대표변호사

찾아가는 서비스로 '中企 지킴이' 우뚝



나국주 법무법인 일조 대표변호사는 25년이 넘어서야 자신의 꿈을 일궈낸 대기만성형 전문경영인(CEO)이다. 나 대표의 꿈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만해도 번듯한 종합컨설팅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법학과가 아닌 행정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80년대 초반만 해도 컨설팅이라는 단어도 생소할 때인데, 우연한 기회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게 있다는 얘길 듣고 우호적 M&A도 가능하겠다 싶어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곧바로 현실화되진 않았다.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 전문컨설팅 로펌을 목표로 법무법인 일조를 만들었다. 그의 손으로 만든 로펌은 지금까지 3~4개 정도 되지만, 일조처럼 애착이 가는 곳도 없다. 일조는 나 대표가 어릴 적 꿈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가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1년도 못 갈 거라고 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만을 전문으로 자문하는 로펌은 흔치 않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아직 법적 마인드가 떨어지는데다 자문료도 대기업과는 비교안될 만큼 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중소기업 자문업무는 일만 힘들뿐 돈이 안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얘기다. 때문에 그가 1년전 ‘중소기업 전문로펌’을 내걸었을 때 주위 반응은 “1년을 제대로 버티겠냐”며 싸늘했다고 한다. 내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일조가 지난 달 창립 1주년을 넘겼다. 창립 1년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일조에게는 창립 10년과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나 대표는 “1년을 채 못 갈 것이라고 했는데, 지난 달로 1년이 지났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셈이 아니냐”며 웃었다. 그는 철저히 중소기업 위주의 로펌이 되기 위해 사무실도 구로구의 서울디지털단지 안에 냈다. 거의 모든 로펌들이 서초동이나 광화문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일조는 밀착서비스를 위해 중소기업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나 대표는 “중소기업 자문 서비스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고객이 모여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중소벤처의 산실인 구로에 사무실을 얻었다”며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정면 승부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중소기업 지킴이’에 승부건다= 일조는 요즘 중국과의 경쟁에서 힘들어 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전반적인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다. 투자환경이나 제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문을 아끼지 않는다. 나 대표는 “중소기업이 잘 돼야 국부의 기회도 생기는 게 아니냐”며 중소기업 예찬론을 쉼없이 되풀이 했다. 일조는 최근 대기업 계열사가 반도체 핵심 기초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맡고 있다. 당연히 중소기업쪽을 대리하고 있는데, 나 대표의 전의가 결코 만만치 않다. 나 대표는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해 놓은 기술을 대기업이 독점해 버리는 구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소기업을 대신해) 죽기 살기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찾아가는 서비스로 인기몰이= 그는 국내 기업의 99%, 종업원의 88%가 중소기업에 몰려 있는데 정작 법률서비스 시장에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판단해 ‘블루오션’이라며 ‘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중소기업 전문 로펌을 만들기로 했는데, 자신과 똑같은 생각에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 실패한 로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그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 해답을 찾는 데 2여년이 걸렸다. 그는 “로펌과 기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며 해법을 찾아냈다. “기업 입장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인 컨설팅이나 법률 자문을 받을 때 돈을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로펌들도 단골 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릴뿐 정작 입에 맞는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시스템을 갖추질 못했다. 변호사들은 소송이 있을 때만 기업을 찾았다.” 그가 찾아낸 실패의 원인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게 가장 컸다. 그는 아직 후배들에게 중소기업 자문시장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기 두렵다고 한다. 그만큼 여건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나 혼자서는 못하고, 누군가가 따라와 줘야 한다. 그러려면 나부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힘들더라도 이 길을 계속 가겠다.”는 게 나 대표의 다짐이다. ◇CEO 중심의 회사형 로펌=나 대표의 현재를 제대로 얘기하면 “도전중”이다. 중소기업 자문이라는 낯선 영역도 그렇고, 다른 로펌과 달리 파트너 변호사 없이 시작한 조직실험도 그렇다. 모두가 도전중이다. 일조는 독특하게 일반 기업처럼 각 분야별로 이사들이 회사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나 대표는 소속 변호사들과 이사들을 총괄하는 기업형 CEO다. 예를 들어 모든 회사 운영은 나 대표가 총괄하고, 기획ㆍ총괄ㆍ홍보마케팅 담당 이사를 따로 두고 있는 것이다. 나 대표는 “형식적인 이사나 사무장이 아니고 기업체의 이사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조직체계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른 로펌과 차별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펌에 기업 운영방식을 접목한 첫 CEO였으면 하는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또 회사의 지분을 어느 누구와 나누지 않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톡톡 튀는 성격에 호기심 ‘철철’= 미국 유학시절 그는 지프차를 타고 임신 4개월인 아내와 함께 리치몬드에서 뉴욕을 거쳐 워싱턴까지 갔다. 하루에 1,000km도 넘게 달렸다. 꼬박 16박17일이 걸렸다. 동서 횡단에 이어 남부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종단에 나섰는데 이때는 23일이 걸렸다. 나 대표는 “미국 사람도 나처럼 여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미국에 가도 가이드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례 둘. 그는 연수원 동기들 사이에 비공식 오락부장으로 통한다. 그만큼 남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일부서는 “나 대표의 생각이 단선적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런 모험정신과 자유분방한 성격때문인지, 그는 줄곧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를 좋아했다. 동기생 중 처음으로 지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것도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는 “지방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당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나름대로 성공했고, 후배들이 지방행을 자처해 많이 내려왔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지표가 된 셈”이라고 자평했다. 나 대표는 최근 리츠(REACH)관련 국내 컨설팅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리츠는 지속가능한 화학물질관리의 기본 축이 되는 법령으로 현재 및 미래 세대의 건강과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유럽연합(EU)의 신(新)화학물질 통합관리 제도다. 나 대표는 “리츠는 사실상 EU에 수출하기 위한 사전등록제에 해당하지만 언론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기업체에서 이를 모르고 있다”며 “조만간 리츠에 대해 컨설팅 하기 위한 작업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에 또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나 대표의 방 한 편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지인을 통해 얻었다는 이 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휘호 여사가 쓴 글로, 나 대표가 소중히 아끼는 보물이다. 그는 많은 도전과 실패를 해 왔지만, 초심은 늘 ‘중소기업’에 가 있는 것 같다.
■ 법무법인 일조는

관련기사



자문·송무·중재·부동산등 中企 전분야 원스톱 서비스
법무법인 일조는 국내에 몇안되는 중소기업 전문 로펌이다. 대부분 서울 서초동에 자리잡고 있는 다른 중기전문 로펌과 달리 7,000여개 기업이 밀집한 가산동 서울디지털 단지에 둥지를 틀고 기업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기업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에 전문적인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나국주 대표가 설립했다. 일조(一造)라는 회사명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첫 글자와 끝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으로 지어낸다는 정신으로 기업에 일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 기업자문, 송무·중재, 노무, 건설·부동산 등 중소기업의 경영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1일부터 유럽연합(EU)에서 본격 시행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대응방안을 마련해 서비스하는 등 중소기업 전문 로펌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약력

▦1964년 전북 정읍 출생 ▦1983년 배문고등학교 졸업 ▦1987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20기) ▦1991년 육군 군법무관 ▦2000년 나우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01년 법무법인 대유 대표변호사 ▦2004년 법무법인 영진 대표변호사 ▦2005년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졸업(석사 1기) ▦2007년 (현)법무법인 일조 대표변호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