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림 ‘여인’, 무나카타 시코 ‘천왕비존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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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와 고갱은 친구인 동시에 미술적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김홍도와 신윤복은 선후배인 동시에 세상을 보는 각기 다른 시각으로 당대 화풍을 이끌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일본의 무나카타 시코와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가 최영림은 오랜 시간 맺어온 인연에서 서로 가르침을 주고 받으며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세계를 화폭에 담아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일본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최영림, 무나카타 시코’전이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적 서정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한국의 피카소’라 불릴 법한 최영림. 대표작으로 ‘여인’을 꼽을 수 있다. 굵고 힘찬 검은 선과 흑백의 강한 대조가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우울한 표정은 애잔함을 만든다. 특유의 에로티시즘이 드러난 ‘꽃바람’, 한국적 정서와 토속성을 담아낸 ‘불심’ 등도 눈길을 끈다.
무나카타 시코는 일본 특유의 장식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끌어올려 베니스 비엔날레와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거장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에로티시즘과 종교적 표현이 특징이다.
사제지간이었던 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이를 다시 재해석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냈다. 두 작가 모두 민담에 관심을 가져 화폭에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여성 누드가 상당수 등장한다는 점도 닮았지만 최영림의 여인은 모성이 강조된 데 반해 무나카타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화려한 장식적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한 여신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불교세계 역시 최영림은 서민화된 불교를, 무나카타는 일본 특유의 장식적인 불교를 표현했다.
미술관 1층에는 최영림, 2층에 무나카타의 작품을 배치해 각각의 화풍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또 두 작가의 여인이미지 작품만을 별도의 공간에 모아 비교하며 감상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유화ㆍ판화ㆍ드로잉 등 120여점이 3월30일까지 관람객들을 맞는다. (02)2022-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