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해도 친구모임 자리에서 단연 주식과 부동산이 가장 큰 화제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시들어졌다. 대신 자녀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교육 문제가 식사모임이나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가진 사내 동기모임에서도 자녀교육이 이야깃거리가 됐는데 한 동기는 어린 자녀를 일반 유치원 대신 ‘공동육아’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공동육아는 육아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같은 지역 내 부모들이 함께 운영하는 육아공동체를 의미한다. 부모의 육아관에 부합하는 교사들을 직접 채용하기도 하며 교육 프로그램도 같이 논의하는 방식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일부 공동육아시설에서 한글ㆍ영어ㆍ산수 등의 학습 과정을 일체 운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 아이들이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육방식으로는 자칫 자녀들이 다른 일반 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학습내용이나 양적면에서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게 된다. 하지만 공동육아 체험자들은 아이들이 먼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같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스스로 일깨운다고 말한다. 사실 어린 자녀가 밥을 잘 안 먹는 것은 쫓아다니면서 밥을 챙겨 먹이는 부모의 행동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궁금한 것을 깨우쳐나가는 재미를 느낀다면 부모나 교사가 학습을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배우고자 할 것이다. 알고자 하는 욕구도 타고나는 것이다. 어른의 잣대로 순수한 호기심과 지식욕구를 방해하면 안 된다. 시험 성적만을 앞세우는 교육풍토가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고 보다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
교육 문제는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이야깃거리로만 생각할 수 없다. 경기호황일 때나 불황일 때나 항상 우리 앞에 놓인 숙제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배우고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생각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