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13일] <1214> 휘팅턴의 고양이


무언극으로도 만들어졌던 중세 영국의 전승소설 하나. ‘가난한 소년이 런던에 와 무역상 점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총명하고 부지런해 모두의 사랑을 받은 소년이 무역선의 일원으로 이슬람 왕국에 들렀을 때 엄청난 행운을 잡았다. 그가 가져간 고양이가 쥐가 들끓는 나라에서 보물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역상의 딸과 결혼한 소년은 사업도 번창시키고 런던 시장까지 올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행복하게 살았다.’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을 넘어 이슬람과 인도까지 퍼진 이 전승소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리처드 휘팅턴(Richard Whittington)이라는 실존인물의 삶이 담겨 있다. 소설과 달리 그는 글로스터셔의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런던 직물회사에 취직해 근면과 성실로 최고 갑부로 성장한 것은 소설과 똑같다. 1350년대 중반께 출생해 1423년 사망한 그의 행적이 확실하게 남아 있는 것은 런던 시장 취임일. 시의원을 거쳐 1398년 10월13일 런던 시장으로 뽑혔다. 여기까지라면 그저 그런 성공담으로 머물렀을 그의 일대기가 전설로 남은 이유는 자선. 사재를 털어 미혼모병원을 짓고 빈민가의 배수시설을 새로 깔았다. 공중화장실에서 중소상인들을 위한 길드회관 재건축과 교회ㆍ학교 건립까지 중세 런던의 시가지에는 그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시민들의 절대적인 성원 속에 세 차례나 런던시장을 지냈다. 막대했던 그의 전재산은 유언에 따라 극빈자합숙소와 병원 건립에 쓰였다. 인구도 적고 자원이 빈약한 영국이 세계를 호령하게 된 것은 이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럽다.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고가 아파트에 살면서 편법으로 농사 직불금마저 챙기는 고위공직자들이 즐비한 이땅의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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