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삼성식 채용' 도입하려면 제대로 하라

130개 공기업이 '스펙' 대신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 채용방식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입사 지원서에 출신학교·연수경험 등 스펙 적는 칸을 없애고 직군별로 필요한 자격증과 경력·이수과목을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벌이나 교과서적인 지식 대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체득하고 있는지를 집중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삼성 등에서 시행 중인 열린 채용과 흡사하다. 공기업들은 실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24일 정부와 '직무능력 중심 채용'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직무능력 위주의 채용이 이뤄지면 취업준비생과 기업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공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는 환영할 일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천편일률적인 스펙 쌓기에 들이는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기업은 실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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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동떨어진 분위기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 자격증에다 성형수술까지 총 9종류의 스펙이 필요하다고 나왔을 정도다. 반면 단편적 이론 공부에 치중하다 보니 기본 업무역량조차 부족한 대학생이 많았다.

사정이 이러니 대졸 신입사원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재교육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나오지 않겠는가. 스펙 초월 채용이 정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벌써 바뀐 채용방식이 직무능력이라는 또 다른 스펙을 요구하고 평가기준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대한 신종과외가 생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이 겉으로는 '노(NO)스펙'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훌륭한 스펙과 직무능력마저 갖춘 인재를 뽑을 것이라는 불신 또한 여전하다. 공기업들부터라도 직무능력 테스트의 성과를 과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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