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8일] 한미FTA 비준해야 하는 이유

현재 열리고 있는 정기국회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과연 비준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조기상정 및 통과를 강행할 듯이 하다가 여야합의를 내세우면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표면적으로는 피해대책의 보완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회기 내 처리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상당수 식자들도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하면 재협상을 희망하는 오바마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재협상가능성을 사전 봉쇄해서 한미FTA를 무산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데 이는 지나친 기우이며 오히려 조기비준이 우리의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美보다 먼저 비준해도 失적어 첫째, 일반국민은 물론 국회의원의 다수가 한미FTA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5월에 행해진 여러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일반 응답자의 약 60%는 한미FTA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므로 체결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초에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응답의원의 86.7%는 비준에 원칙적으로 동감하나 다만 비준시기에 대해서는 이번 정기국회비준이 41.2%, 미의회상황에 맞춰서 결정하자는 의견이 45.5%이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응답자의 70.9%가 미의회비준여부와 연계하자는 쪽이었다.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으면 거기에 따라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미의회의 눈치를 볼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 우리가 먼저 비준했는데도 불구하고 미의회가 비준을 무한정 늦춘다거나 부결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우스운 꼴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부적절한 비유이다. 일이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는 잃거나 손해 볼 것이 없고 오히려 미의회가 잃을 것이 많다. 미의회는 미국의 경제적ㆍ외교안보적 이익을 무시하고 자동차산업 등 소수특정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바마 대통령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데 만약 미의회가 한미FTA비준을 마냥 미룬다면 오바마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신뢰를 잃을 것이며 다자 및 양자협상에서 미국의 지도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대외개방의지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표명함으로써 대외신뢰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우리의 대외개방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견강부회라고 본다. 물론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고수익ㆍ고위험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는 등 금융건전성규제는 강화될 것이고 개발도상국가에 대해서 전면적인 자본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무역에 있어서는 보호주의의 대두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지난달 선진ㆍ신흥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보호무역조치의 동결이 합의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수출 기업들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수출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 한미FTA의 조속한 발효를 기대하고 있다. 셋째, 오바마행정부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재협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다. 우리 국회의 조기비준은 우리가 재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를 천명하는 것이며 설령 재협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자동차 3사의 구제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의 여론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국익위해 회기내 처리해야 오바마당선인이 유세기간 동안에는 노조표를 의식해서 한미FTA의 자동차협상이 잘못됐다고 비난했지만 막상 재협상을 하려고 하면 한국에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므로 재협상에 대해서는 의연한 자세로 임해야 하며 다만 자동차문제는 미국의 국내정치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오바마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성의를 보일 필요는 있다. 지난 봄 한국의 촛불시위 당시 부시대통령이 협상타결 이후지만 쇠고기검역강화에 대해서 성의를 보인 것을 역지사지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비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협상요구가 있으면 우리의 입장을 단호하게 정하는 것도 어렵고 우리도 수정요구를 해야 한다는 등의 압력 때문에 재협상이 정치적으로 훨씬 더 큰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우리 국회는 미국의회의 눈치를 보지말고 소신껏 이번 회기 내에 한미FTA를 비준함으로써 그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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