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부채, 정부가 사고치고 국민이 책임져서야

정부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22일 관리방안을 내놓았다. 대출자가 은행 빚을 갚을 만한 능력이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빚을 나눠 갚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변동금리로 돈을 빌리면 대출금액을 줄이겠다고 했다. 기존 대출조건을 바꾸거나 새로 빌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에 육박하면 일정 금액을 분할 상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드디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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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대출을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전략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근본처방은 못되나 대출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한 책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국민들의 등을 떠밀었다.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준다는 이유로 LTV와 DTI 완화를 내년 7월까지 연장하고 전셋값이 치솟을 때는 "이 기회에 매매로 돌아서라"고도 했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5%까지 내렸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까지 불어난 데는 주택담보대출을 부채질한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정부가 이제 와 원금을 나눠 갚으라 하니 국민을 상대로 냉탕온탕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대책이 몰고 올지 모를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은 시급히 마련해야 할 숙제다. 고소득층의 경우 이미 상당수가 원리금 분할상환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일반인들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경기침체에 피폐해진 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가 친 사고의 책임을 모조리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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