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국의 패배가 이창호에게 충격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원래 이창호는 포석 단계에서 독특한 취향이나 신수를 들고나오는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의 바둑에서는 신수에 가까운 새 취향을 먼저 들고나와 검토진을 즐겁게 했다. 흑23으로 가만히 뻗은 이 수가 화제의 초점이 되었다. "먼저 능동적인 구상을 선보이고 있어. 이창호가 뭔가 경각심이 생긴 모양이야."(윤현석) 아마추어 유단자급의 애기가라면 누구든지 이 정석의 가장 상식적인 진행 수순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흑23으로는 참고도1의 흑1로 젖히는 것이 득의의 수순으로 되어 있다. 그 즐거운 수순을 두지 않고 실전보의 흑23으로 가만히 뻗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가. "포석의 주도권을 움켜쥐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이현욱) 참고도1의 흑1이면 백은 이 방면에서 선수를 빼어 하변의 백8을 차지하게 된다. 이창호는 그게 싫은 것이다. 백을 다부지게 몰아붙여 하변의 백8을 둘 여유가 없게 만들자는 것이 이창호의 구상이다. 여기서 강동윤은 1분을 썼다. 초속기로 일관했던 강동윤으로서는 상당히 뜸을 들인 셈이다. 드디어 백24로 철저한 실리챙기기로 나갔다. "상식을 버리고 강동윤도 과감하게 두고 있습니다."(안조영) 상식적인 길이라면 참고도2의 백1로 내려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코스는 흑6의 꼬부림이 대세점이 된다. 강동윤은 그것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