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속 주가 상승)’가 얼마나 지속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물경기는 악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랠리 속에 외국인과 기관이 수급공백을 메워주면서 ‘단기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유동성 랠리에 진입하기는 아직 멀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각국 정부가 푼돈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시중 유동성 증가와 함께 회사채 금리도 하락세를 보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시장의 관심은 실물경기보다는 시중금리 방향과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주식 매수세의 지속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기대 랠리’=고용지표,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실물 경기지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가의 매수와 단기 유동성 랠리를 꼽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미국에서 자동차 빅3 구제금융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 실시간 주문 외에 오버나이트 주문(현지 시간으로 한국 주식을 사는 것)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만큼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전에 비해 안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 장세에 대해 단기 유동성 랠리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반등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유동성 랠리’의 시작이라는 과감한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M2증가율은 2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상승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M2증가율 역시 지난 9월, 7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며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어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금융장세’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확히 표현하자면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 랠리’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까지 자금이 유입되기에는 신용 경색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의 파급 경로는 단기자금시장(국고채와 리보금리 스프레드 축소)→회사채 금리 하락(신용 스프레드 축소)→주식시장 반등”이라며 “아직까지 정부의 유동성 공급효과가 회사채시장까지 전이되고 않고 있어 유동성 랠리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코스피 1,200~1,300선 랠리 가능성=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랠리가 얼마나 더 갈지로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랠리 시작시점인 1,000포인트에서 20~30% 수준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이익전망에 비춰 적정지수대인 1,300선 회복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오 파트장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고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물 금리가 떨어지면 랠리는 좀더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년 1ㆍ4분기에 올 4ㆍ4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다시 시장의 관심은 실물경제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