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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불법찬조금은 '쌈짓돈'
한해 8억7,000만원 모아 교장 선물·교사 회식비등에 사용'교육비리 시민 고발대회'서해당학교 학부모 자료 공개"대학관계자에 로비 사용도"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서울 지역의 한 명문 외국어고등학교에서 1년에 8억7,000만여원의 불법 찬조금을 조성했다는 제보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회에서 임원을 지낸 제보자가 공개한 자료에는 찬조금 중 일부가 유명대학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에 쓰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표현도 포함돼 있어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 입시 비리와 관련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여연대ㆍ참교육학부모회 등 3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8일 서울 종로구 건강연대에서 '교육비리 시민 고발대회'를 열고 교원ㆍ학부모단체에 접수된 비리 사례를 공개했다.
한 학부모는 제보를 통해 서울의 한 외고에서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불법 찬조금 8억7,000만원가량을 조성한 사실을 공개했다. 2008년 이 학교 학년 임원을 지냈다는 이 학부모는 3년간 기록한 불법 찬조금 모금 내역서와 지출 결산서 증빙자료, 학부모 활동 일지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보자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학년ㆍ학급회비와 논술지도비 명목으로 한 학급에 4명인 임원 학부모들이 1인당 40만원씩, 일반 학부모 34명이 87만원씩을 냈고 해외 수학 여행시에는 각 반마다 180만원 정도를 걷어 담임 교사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모은 돈은 스승의 날 교장ㆍ교감선생님 선물, 교사 회식ㆍ휴가비 등으로 쓰였다.
특히 제보자는 찬조금 지출 내역에 '대학관계자 관계 유지비'가 있는데 이에 대해 학부모회 회장이 '유명 대학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하는 데 쓰는 비용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보자가 임원 활동에 참여하며 작성한 일지를 보면 '이 많은 돈(찬조금)을 어디에 썼냐'는 한 학부모의 질문에 학부모회 회장이 '각 학년 선생님 회식비, 비담임 경조사비, 고 3학년이니까 대학관계자 로비 활동비에 쓰고…'라고 말하는 기록이 나와 있다. 이 밖에도 '학생들 방학 보충학습 때 선생님 수고비 50만원을 관례대로 지급해왔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스승의 날에 교장ㆍ교감에게 줬다는 돈은 수표 번호까지 확보해놓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할 때에는 수표 번호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특별 조사팀을 꾸려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강력하게 제재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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