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X-파일과 음모론, 그리고 진실
서혜석
조선시대 임금의 독살설 등 음모론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이러한 음모론은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확실성이 만연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은 각종 음모론을 한 지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세계로 퍼트리고 있다. ‘9ㆍ11 테러 음모론’을 비롯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음모론’ ‘영국 다이애나비 죽음 음모론’까지 각종 ‘설’들이 그럴싸한 근거와 논리를 갖고 확산됐다. 얼마 전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던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서도 음모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음에도 줄기세포 배양기술 특허와 관련된 음모론이 아직도 제기되고 있다. ‘달 착륙 음모론’처럼 일부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만 대부분의 음모론은 검증이 힘들다. 때문에 음모가 음모를 낳으며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음모론은 대중문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안성맞춤인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음모론에 기초한 대표적인 영화라면 ‘X-파일’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 영화 ‘X-파일’과는 다른 ‘X파일’이 떠돌고 있다. 바로 대선주자 검증에 관한 X파일이다. 지금은 여론지지도가 가장 높은 두 주자의 X파일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주요 대선주자의 X파일은 계속 거론될 것이다.
최근 이러한 X파일을 둘러싼 검증논란은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정치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애써 무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물론 X파일 내용 중 일부는 답변할 필요도 없는 ‘카더라 통신’을 근거로 제시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근거와 논리가 명확하다면 대선주자는 이에 답해야 한다. 대선 후보라면 대한민국을 이끌 비전과 정책,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의 바탕이 되는 가치관과 철학을 파악하기 위해 살아온 궤적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선 젊은 시절의 주차위반 범칙금조차 검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X-파일’처럼 현재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X파일이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를 꿈꾼다면 X파일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해명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6/12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