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다임러 '동지'에서 '남남'으로

현대차와 다임러가 12일 전략적 제휴 관계 청산을 공식 선언, 2000년 제휴체결 이후 약 4년만에 `동지'에서 `남남'으로 돌아서게됐다. 양사는 지난 2000년 6월26일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 10% 매입 ▲상용차 합작▲대우차 인수전 공동참여 ▲현대차-다임러-미쓰비시 월드카 공동개발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 방안을 전격 발표, 본격적인 동맹관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양사는 당시 ▲전차종에 걸친 플랫폼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부품조달망 상호개방을 통한 생산비 절감 ▲경영진 교환프로그램 운영 ▲현대캐피탈을 통한 자동차할부금융사업 및 변속기 분야 합작 등도 추진키로 합의했다. 현대차-다임러의 이같은 전략적 제휴는 현대차로서는 글로벌 메이커와의 협력을통해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고 다임러도 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윈-윈' 전략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현대차 입장에서는 당시 고 정몽헌 회장(MH) 측과의 `왕자의 난'이 완전히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임러를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을 차단, 경영권 안정을 이루는 생존전략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양사간 불화 조짐이 심심치 않게 외신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갈등설도 끊이지 않았다. 다임러의 지분 매각 가능성, 다임러-미쓰비시 상용차 합작 추진에 따른 전주 상용차 합작 무산설 등이 계속 제기됐고 실제로 월드카 공동개발과 대우차 인수 공동참여는 백지화됐고 금융부문 제휴도 `유야무야'됐다. 이후 현대차-다임러 이상기류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9월부터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의 효력이 발효되면서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추가매입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지분 추가 매집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다임러가 지분 5%를 추가 매집하면 현대모비스를 누르고 1대 주주로 등극, 현대차의 경영권 방어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어 `구원군'이 `잠재적인 적'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9월말 다임러가 현대차와 독점 계약을 맺은 중국 베이징기차와 승용차 합작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현대차는 또한번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수개월간 협상을 거쳐 간신히 노사합의를 이끌어낸상용차 합작도 1년 넘게 표류돼 왔고 `몸통'인 상용차 합작 지연으로 올 5월 양산돌입 예정이었던 엔진 합작공장 가동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후 다임러가 크라이슬러 5억유로 손실, 미쓰비시 5억6천만유로 손실, 계약 위반에 따른 벌금 예비비 1천억유로 발생, 이에 따른 위르겐 슈렘프 회장 퇴진 압박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휩싸이면서 현대차와의 결별 임박설도 본격화됐다. 다임러도 추가 투자여력이 작아진데다 현대차도 몇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내 입지가 급속도로 강화돼 더이상 다임러와의 합작이 절실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를 프로젝트별 제휴로 전환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결별설을 부인하지 않았고 `전략적 제휴 없이도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다임러의 미쓰비시에 대한 대규모 지원 추진으로 현대차 지분 매각과 상용차 합작 무산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지난달 22일 다임러 경영감독위가 미쓰비시 지원 방침을 전격 철회하면서 잠시 혼전양상을 보이다 지난달 29일 경영감독위,12일 이사회를 거쳐 전격 확정됐다. 양사는 앞으로 각각 제 갈길을 걷게 되지만 승용차 월드 엔진 합작 등 일부 프로젝트면에서 완전히 협력의 끈을 놓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다임러가 이달 초 베이징기차와의 합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을 획득,현대차를 아시아 전략의 한 축에서 제외하고 중국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어서당장 중국 시장에서의 격돌이 예상되는 등 현대차와 다임러는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다시 만나야 할 `숙명'을 맞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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