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기로에 선 美통화정책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1일 올들어 11번째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통화정책 방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연방기금(FF) 금리는 1.75%로 떨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4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연이은 금리인하로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의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과연 경기 회복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미국에는 경기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소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재고가 줄면서 기업 심리도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RB는 금리인하 관련 성명에서 "수요위축의 위험은 줄어들었지만 아직 초기적이고 모호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당분간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는 경기에 대한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분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금리는 확실한 마이너스 기조로 접어들게 됐다. 또 미국 통화량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과잉ㆍ부채과잉ㆍ고용과잉이라는 3대 과잉상태가 순조롭게 조정된다면 기업의 투자활동이 다시 한번 활발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경기에는 또 다른 불투명 요소들이 많이 있다. 우선 한가지는 고용 추세다. 최근 기업의 인원삭감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실업률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개인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한가지는 테러와의 전쟁의 향방이다. 최근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항복을 선언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행동은 마무리돼가는 듯하다. 하지만 미군의 군사행동이 다른 지역으로 새로이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9ㆍ11 테러사태 후 기업이나 소비자들 사이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 전쟁이 지속될 것이 확실해지면 이들의 심리가 호전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듯하다. 물론 미국이 경기를 회복할 징조가 나타난 것이 확실하다고 보여지며 비관론이 현실화될 공산은 그다지 크지 않다. 또 미 의회에서 심의 중인 경기부양책이 통과돼 실현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미 통화당국이 '초저금리 시대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 12월13일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