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석ㆍ박사도 못여는 ‘좁은 취업門’

유학파등 줄줄이 낙방 `입사 보증수표` 옛말 14일 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 접수를 마감한 광고대행사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에는 2,335명이 몰려 46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석ㆍ박사 출신은 물론, 해외 유학파, 공인회계사 자격자 등도 상당수 지원했다.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올들어 대부분 광고 대행사들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바람에 한꺼번에 몰린 것 같다”면서도 “역대 최고의 경쟁률에 쟁쟁한 이력을 가진 지원자도 많아 선발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극심한 청년실업의 여파로 올 하반기 기업체 입사는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웬만한 기업의 입사 경쟁률은 100대1을 넘어섰고, 석ㆍ박사, 공인회계사 등 이른바 우수인재까지 줄줄이 낙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업체 입사는 바늘구멍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을 실시한 주요기업 8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경쟁률이 사상 최고인 87대1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경쟁률 100대1이 넘는 기업이 전체의 40.7%(35개사)였다. 유한킴벌리는 10명 모집에 4,500명이 몰려 45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현대ㆍ기아자동차에는 800명 모집에 3만명이나 지원서를 냈다. 근로복지공단 일반직 5급의 경우 무려 7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하듯 지원자 중에는 우수 인재도 수두룩하다. 200명을 모집한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의 경우 석ㆍ박사 3,000여명, 해외 유학파 1,600여명,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 340명이 지원서를 냈다. 심지어 회계사 경력과 비교적 상관이 없는 KT에도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258명이 입사를 지망했다. ▲ 석ㆍ박사, 공인회계사도 떨어져 채용공고만 내면 우수인재가 대거 몰려들고 있지만 기업체로서도 느긋한 입장은 아니다. 지원자가 늘어나 채용업무가 복잡한데다 신입사원을 뽑아도 뒤늦게 입사를 포기하는 `허수지원`도 많기 때문이다.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에 따르면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경쟁과다 및 허수지원으로 인한 업무 과중(24.0%)`, `중복합격에 따른 최종합격자 이탈(13.6%)` 등을 채용업무의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석ㆍ박사 학위 소유자나 전문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나이가 많은데다 기대 수준도 높아 기업체 입장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 모 기업체 채용담당자는 “연수 도중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0명 모집에 1만명이 몰린 산업은행에서는 공인회계사 등 자격증 소지자 318명이 낙방했다. 이 때문에 탈락의 아픔을 맛본 일부 지원자들이 이력서 경력란에 박사 학위 등 경력을 일부러 빼고 기재하는 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화려한 경력이 곧 `입사의 보증수표`가 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면서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맞춤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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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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