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고노담화 검증결과와 한일관계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고노담화'의 작성 과정 등을 검증한 결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계승 입장 유지하며 본질 부정 자기모순

먼저 일본의 전쟁범죄와 사죄·반성을 논하는 데 중요한 문건으로 평가받는 고노담화(1993년 8월4일)의 요지를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 등에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여했다. 위안부의 모집에도 감언과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경우가 많았고 관청 등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로서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드리며,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함으로써 과오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


그런데 이번 결과보고서는 고노담화의 생성과정을 밝히는 형식을 빌려 그 담화의 근본 취지를 공허하게 만들어 한일은 물론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 골자는 고노담화가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외교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고노담화에서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위안부를 모집하고,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한' 사례가 많았고, 상처를 받은 분들께 '반성의 마음'을 드린다는 등의 부분을 한국의 의견을 반영해 고쳤다는 것이다. 결국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말을 하기 위해 한국과 상의한 내역을 일방적으로 조사해 제멋대로 발표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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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두 문건의 요지를 비교해보면 삼척동자라도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이 점을 중시하고 '일본의 검증 결과가 사실관계를 호도함으로써 고노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고노담화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조사하고 판단해 만든 일본 정부의 문서일 뿐 한국과 의견을 조율해 만든 외교문서가 아니다. 또 피해자의 증언 이상으로 위안부의 강제적 상황을 증명하는 자료는 없다. 한국 정부는 이렇게 인식하고 검증 결과의 세부 내용에 대해 별도의 평가와 입장을 밝히며 국제사회와 공동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당연한 일이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우익세력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 하더라도 고노담화의 작성경위를 검증한 것 자체가 패착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발굴된 자료와 축적된 연구로 위안부의 실상과 '강제적' 성격은 어느 정도 명확하게 밝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의 작성경위를 검증해 그 본질을 부정하려는 것은 자체모순일 뿐 아니라 스스로 나라의 품격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대국적 차원서 관계 개선 나서야

일본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한국의 아픈 상처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언동을 삼가함으로써 나라의 위신을 회복하고 대국적 차원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가 이렇게 막가파식의 행동으로 나온 배경을 꼼꼼히 짚어보고 전략적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마침 양국은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국장급 회담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서로 납득할만한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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