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치인이여, 새너제이 좀 봐라

애플과 페이스북ㆍ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위치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새너제이(San Jose). 이 도시에서 작은 논쟁이 붙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삼성전자 투자에 대한 시 차원의 지원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400여명이 근무 중인 1만8,000㎡ 규모의 새너제이 사옥을 6만3,000㎡ 규모의 10층짜리 쌍둥이 빌딩으로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시 의회는 이 같은 투자에 대한 보답으로 교통부담금 50% 감면과 장비 구입에 대한 세제혜택, 향후 10년 동안의 전기 및 수도 이용 관련 세제 혜택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삼성전자가 투자를 하는 데 대한 일종의 보답인 셈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하던 투자와 이에 대한 지원책 문제를 놓고 의회 내부에서 논쟁이 불거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78억원에 불과한 지원책을 놓고 시 의회 의원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모든 도시들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특정 기업에 대해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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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텃밭인 새너제이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돕기 위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신선하게 들린다. 한국의 정치 사정과 비교할 때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 등은 실종 상태이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섹스 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전세계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며 외화를 벌어들일 때 방관자처럼 행동했다. 오로지 기업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애플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새너제이의 시 정부도 삼성전자의 투자를 반기며 적극 도우려 하는데 국내 정치인들은 도대체 뭔가. 새너제이 시 정부와 의회 의원들의 절반이라도 닮기를 바라는 기대는 무리일까. 정치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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