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경기가 살아나고 있다.지난해 IMF체제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샐러리맨들 대부분이 일년중 유일한 재충전의 기회인 여름휴가를 포기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려워도 쉴때는 쉰다」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S건설회사에 다니는 李모대리(33·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아직 휴가를 20일 가까이 남겨놓았지만 벌써부터 휴가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회사 사정으로 휴가를 반납했던 것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멋진 휴가를 보내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여전히 어렵지만 가족들의 사기문제를 생각해 올해는 반드시 제대로 된 휴가여행을 가야겠다』며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가까운 해외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IMF한파로 소득이 줄어 지난해 사실상 여름휴가를 포기했던 대부분 샐러리맨들이 올해는 李씨처럼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겠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급감했던 휴가철 해외여행객들도 크게 늘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하계 성수기인 7월15일~8월15일 한달간 예약률이 IMF체제 이전인 97년 여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시드니·도쿄·후쿠오카 노선은 이미 예약이 100% 완료됐으며 방콕(94%), LA(84%), 사이판(86%)노선 등도 원하는 날짜에 맞춰 예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 역시 7월말~8월초의 동남아·미주노선은 예약이 거의 마무리돼 뒤늦게 일정을 잡는 여행객들은 항공편 예약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속초·강릉 등 유명관광지 노선도 7월말~8월초 예약률이 100%를 넘어선 곳이 많다. 제주노선은 7월30일~8월2일의 경우 이미 이달초 예약자가 좌석수를 초과해 대기자 명단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여행업계 역시 되살아난 휴가경기에 반색을 하고 있다.
유럽전문 여행사인 씨에프랑스는 모집관광객이 아직 예년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지난해보다는 두배이상 늘었다. 특히 미주노선은 일부 여행사들이 항공기 좌석을 확보하지 못해 추가 고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크게 증가한데다 지난해 항공사들이 수익성 낮은 장거리 노선을 대폭 축소한 것도 고객 모집에 큰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올여름 휴가여행의 또다른 특징은 단순히 놀고 즐기는 관광에서 벗어나 문화체험 등을 하려는 실속파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는 점. 이 때문에 여행지도 과거 동남아 등 휴양지 일변도의 패턴에서 탈피, 가족단위의 유럽·일본 등 선진국 답사여행이 늘고 있다.
이에따라 네덜란드항공(KLM)은 최근 항공·호텔·철도권 등이 포함된 유럽 가족 배낭여행 상품인 「유럽 포 유」를 선보였다.
하이센스 여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동남아 골프투어 등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이 주류를 이뤘는데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특히 유적답사 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