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권 황사주의보] 중국채권 회수 비상

금융권에 강력한 황사주의보가 발령됐다.각 은행과 종금사들은 최근 중국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도산하거나 위기에 처하자 채권회수를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은행과 종금사가 중국 금융기관에 꿔준 돈은 지난해말 현재 21억5,300만달러 규모로 증권과 보험까지 합칠 경우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1억5,000만달러를 뱅크론 형식으로 빌려준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들이 1,000만달러 이상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의 눈, 광둥투신= 특히 은행들은 최근 파산을 선고받은 광둥(廣東)국제투자신탁공사(GITIC) 및 자회사에 300만달러에서 많게는 1,800만달러까지 물려 있다. 종금사를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의 GITIC에 대한 총여신은 7,0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들은 광둥투신 홍콩지사를 통해 2~3차례에 걸쳐 자금을 건내주었으나 올해초 광둥투신이 급작스럽게 파산처분을 받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광둥에 이어 다롄(大連)·텐진(天津)투자신탁공사 등도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97년부터 외국 대형금융사들이 중국 투신사들에 대규모 자금을 꿔주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갔는데 사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기관도 위험수준= 중국은 지난 80년대 2,500여개에서 현재 242개로 줄어든 투신사를 앞으로 40개 대형사만 남기고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광둥과 다롄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가 위험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개혁개방 시작과 함께 지난 79년 10월 설립된 CITIC은 최근까지 외국 투자유치의 독보적인 창구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중국은 방만한 경영을 해온 중앙 및 지방정부 산하 공기업들까지 대거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어 한국의 금융기관들을 공포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대부분 중국 공공기관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외채무동결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중국은 GITIC을 파산시키면서 국가외환관리국에 신고한 채권에 한해 채무변제를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파산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데다 적용이 되더라도 세금과 임금채권, 개인투자를 먼저 보상한 뒤 외국채권을 갚아주겠다는 계획이어서 국내 은행과 종금사들은 채권의 상당부분을 떼일 것으로 보인다. GITIC의 부채는 자산보다 40%나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들은 중국 런민은행(人民銀行)과 뱅크오브차이나 등에 변제를 요구하는 한편 관계당국에는 중국과의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들은 대출금을 이른 시일안에 돌려받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이 외채관리를 엄격히 하는 바람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렵게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사라지면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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