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6일 8개 국내 은행에 대해 개별기업 및 주채무계열에 대한 구조조정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주로 대기업 여신이 많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외환은행·농협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일부 은행은 워크아웃 기업에 파견하는 자금관리인을 퇴직이 임박한 직원이나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하고 있었다. 자금관리인이 은행 내부에서 비인기 부서이다 보니 은행 인력감축 시 내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재직시 개인고객 상품개발을 담당했던 직원을 건설업체 자금관리인으로 보내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자를 자금관리인으로 보내는 자체는 괜찮지만 건설사에 보내려면 건설사 여신을 다뤄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현장도 많이 다녀야 하는데 일부 은행은 무조건 나이 많은 퇴직자를 보내고 있어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은행은 자금관리인의 각종 비용을 기업의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비용 떠넘기기 행태를 보였다.
특히 건설사 구조조정이 늘어나면서 이들 회사의 사업장을 관리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Project management)업체의 문제점도 커지고 있다. 은행은 시행사 시공사의 자금유용이나 사고위험이 큰 부실사업장의 자금관리 및 담보물관리를 위해 PM사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PM사가 가격을 부풀리는 사례도 발견됐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가 시공 중인 아파트의 하자보수 공사금액에 대해 건설사가 추천한 업체는 6,000만원을 제시했지만 PM사가 추천한 업체는 6억원을 요구한 것이다. 10배 차이가 나는 금액은 PM사와 업체 간 유착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은행들은 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제보다 관대하게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은행이 우량인 A·B 등급을 판정한 기업이 6개월~1년 사이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이는 은행이 신용평가를 허술하게 했거나 기업이 은행에 제출한 재무제표에서 불리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또한 기업의 사업장을 방문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평가하거나 여신심사자가 신용평가에 참여하는 등 이해관계자의 입김도 반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A등급을 받으면 은행에서 사후관리를 약식조사나 서면결의로만 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은행은 주로 대기업인 주채무계열과의 갑을관계에서 을에 속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수시평가를 실시하도록 한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을 지키지 못했다.
은행의 부실한 사후 관리를 기업이 이용하기도 한다. 은행 채권단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기업이 이를 신청하지 않고 만기만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수주나 거래관계를 감안해 워크아웃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 은행은 살아날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들어줘야 하는데 옥석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워크아웃이 지연되면 채권단이 공동관리하지 못하고 주채권은행 혼자 관리해야 하므로 구조조정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워크아웃 기업에 은행이 부담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PM사를 복수로 선정하거나 감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모범규준에 넣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은행의 자금관리업무 점검장치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