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복합불황 우려까지 제기되는 경제상황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잠깐 반짝했던 내수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수출의 질도 안 좋아지는 등 내외수 복합불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는 온통 내리막이고, 이미 한국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빠졌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 경제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괜찮다는 말을 되뇌고 있다. 판단 착오는 빗나간 처방을 부르게 마련이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당면한 경제상황도 그렇지만 정부의 안일한 현실인식은 그래서 더 문제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한결같이 빨간불이다. 산업 및 서비스생산, 경기지수, 경상수지, 소비심리, 경기실사지수 등 대부분이 우울한 모습이다. 경기에 영향이 큰 건설 부문은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다. 그나마 수출과 국민총소득(GNI) 정도가 선방하는 듯하지만 그것도 외형일 뿐 속을 들여다보면 영 아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8월 말 현재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보다 46.9%나 줄었다. 수출의 질과 내용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악화일로였던 GNI도 2ㆍ4분기에 다소 개선됐으나 수출여건을 보면 추세라 하기 어렵다. 더 걱정인 것은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주택경기 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성장세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긴축강도를 높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양국의 성장둔화는 세계경제의 동반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수출에 큰 부담이 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내수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투자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는 느긋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도 민생은 어려울 수 있다”고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했다. 재정경제부는 지표악화가 자동차 파업과 수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경기급락은 없을 것이며 올해 5% 성장이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국민들의 체감경기와는 전혀 딴판인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인식은 정책신뢰를 떨어뜨려 경제주체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곳곳에서 발하는 경고음에 귀를 막고 있다가 뒤늦게 ‘개도 안 짖더라’고 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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