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의 합병 작업 중지요청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 들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통합 작업이 멈춰서게 됐습니다. 하나은행은 여전히 조기통합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정훈규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급물살을 타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습니다.
법원은 어제 외환은행 노조의 합병 작업 중지요청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6월 30일까지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지 말 것과 의결권 행사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외환은행 노조, 그리고 당시 금융위원장이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보장을 골자로 체결한 2·17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4월부터는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려던 하나금융의 목표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조기 통합을 밀어붙였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물론이고 이번 달 내로 예비인가 승인을 내주겠다고 공언해온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업무 추진력에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통합 작업에 있어서 금융위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 측은 법원 판결 직후 이의신청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조기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하나금융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수용의 판단근거가 조기통합의 당위성 자체를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외환 조기통합은 지난 해 7월 김정태 회장이 “현재와 같은 금융 생태계에서 조기 통합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어렵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지금 당장 합병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는 조기 통합을 반대하는 노조 측의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 하나금융의 통합 작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또 법원이 2.17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한 이상 김 회장이 오는 6월까지 노조와의 전향적 협상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하나·외환 통합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사 합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외환 노조가 다시 가처분 신청에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