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비리프라카' 신전에라도 가라

로마인이 믿는 신(神) 중 '비리프라카'라는 여신(女神)이 있다. 부부싸움의 수호신이다. 비리프라카 여신은 부부싸움으로 이혼하려는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다시 화목하게 살도록 도와준다. 비리프라카 여신을 모신 신전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하나 있다. 차례대로 한 번에 한 사람씩 여신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남편이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아내가 말을 하는 식이다. 비리프라카 여신은 담담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 한쪽이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방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소에는 대화를 하지 않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닫혔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소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오해도 풀리고 응어리진 섭섭했던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비리프라카 신전에 들어선 예비 이혼부부들이 신전을 나올 때는 상대방을 더욱 아끼는 부부가 되는 것은 바로 소통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앞으로 얼굴을 보지 않을 것처럼 볼썽사납게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30일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이후로는 마치 혐오스러운 상대를 대하는 것처럼 막말을 쏟아내고 원색적인 비난을 해댄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재의결한 무상급식 조례안을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했고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의 정책에 매몰되어 있고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의 정강 정책에 함몰되어 있다. 시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어야 할 서울시와 시의회가 실망과 한숨만 안겨 주고 있다. 내년에도 이런 작태를 보일 것인가. 귀를 열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리프라카 신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내년에는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기자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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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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