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1일] 끝없는 美경제위기

지난 2007년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시작된 미국 경제위기가 끝간데 없이 치닫고 있다. 투자은행 연쇄 부도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더니 이제는 실물위기가 다시 금융부실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1조달러가 넘는 돈을 금융사에 집어넣었지만 금융시스템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현재 위기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지난 1990년대 초 부동산 폭락으로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교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위기의 도화선인 부동산 버블 붕괴만 같은 꼴일 뿐 본질적으로 더욱 암울한 경제요소들이 많아 일부에서는 운이 좋아야 일본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먼저 당시 일본 국민은 수조달러의 은행 예금을 갖고 있는 최고 수준의 저축률을 자랑하고 있어 장기 경기침체에도 가계가 버텨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은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소비자들이다. 일본 불황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부실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기업 부실을 넘어 경제 파급효과가 막대해 부실 규모를 가늠하기도 힘든 가계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업률이 급기야 8%를 넘어서면서 부채에 허덕이는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신용카드 부실, 은행 대출 부실로 이어지며 은행권 전체의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세계경제 호황에 기대 수출을 확대해 돌파구를 찾았지만 지금은 세계 전체가 극심한 경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 일본은 단순한 은행 대출 부실이었지만 미국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갈수록 복합파생상품 부실이 늘어나면서 금융사 손실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위기의 해법은 갈수록 혼미해지고 구제 방식과 지원 금액을 놓고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국유화 논란이 불거지더니 이번에는 AIG가 구제금융 500억달러를 CDS 거래를 맺은 은행에 지원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자본주의 병폐에 분노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나왔고 대공황 이후 총수요를 진작시키는 케인스론이 탄생하는 등 자본주의는 위기에 대응해 발전해왔다. 이번 위기는 아직 그 폭과 기간을 가늠하기 힘들 뿐더러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구제금융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시장은 더욱더 신뢰를 잃고 멍들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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