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편성 보이콧… 복지갈등 2R

시도교육감 "정부가 부담해야"

어린이집 보육료 2조 반영않기로 유치원 교육비는 기존대로 집행

기초연금 이어 다시 힘겨루기… 내년 '보육대란' 빚어질수도

조희연(왼쪽부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시도교육감협의회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연금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는 일선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을 놓고 중앙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교육청의 방침대로 내년 예산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내년 '보육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2조1,429억원을 전액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다만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해당 연령의 유치원 교육비 예산 1조7,855억원은 종전과 같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집은 유치원처럼 교육감이 관할하는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이라며 "누리과정 등 각종 대통령 공약의 교육연계 복지사업은 시도교육청 대신 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협의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 이행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은 돈 때문이다. 교육복지 예산을 정부 방침대로 이행할 경우 초중고교의 기타 교육사업비가 급감해 노후건물 수리와 화장실 개보수 등 각종 교육사업의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에서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 고정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0%에 달한다. 나머지 가용 예산 가운데서도 약 60%는 누리과정과 무상급식·초등돌봄교실 등 6대 복지예산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 부담이었던 일부 누리과정 재원이 교육청으로 전액 이관되고 1~2학년 대상인 초등돌봄교실이 3~4학년까지 확대되면서 재원 증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예고된 교육부 예산안에서 교육청으로 넘어오는 내년도 지방재정교부금은 세수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1조3,475억원(3.3%) 감소한 39조5,206억원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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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육청의 예산 반영 거부 선언에도 정부는 누리과정 등의 사업은 해당 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 이전인 지난 2012년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방재정인 교육교부금에서 재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사항인 만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 예산안에서 누리과정 등의 국고지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원래 지자체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교육예산 삭감이라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교육청 부채는 2013년 말 현재 3조원에 불과한 반면 중앙정부 부채는 464조원으로 별도 국고지원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 간 힘겨루기를 누리과정 등 정책 파행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실제로 진보진영 교육감들이 주축이 된 시도교육청들은 교육부가 교육청 집행 예산인 누리과정(2조2,000억원)과 초등돌봄교실(6,600억원)의 운영확대 예산은 국고에 지원요청하면서도 교육부가 집행하는 고등교육(전문대 이상) 예산은 올해보다 21.8%(10조5,341억원) 늘려 본 예산에 편성한 점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7월 기초연금 시행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의 논란에 이은 복지갈등 2라운드인 셈이다.

시도교육청 역시 기획재정부가 전액 인수를 담보로 대안으로 제시한 약 1조8,000억원의 지방교육채 발행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각종 교육청 공약 이행에는 채무 증액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최근 서울시 초중고교 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반고 정상화를 위해 각 1억원의 특별 예산보다 명예퇴직 예산 확보가 더 시급하다는 질문을 받고 "(교육부와 협의해) 채무 증대를 통해서라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복지사업을 둘러싼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3~5세 영유아를 둔 학부모들의 불편만 가중되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각종 공약형 교육복지사업의 재원 주체에 대한 논의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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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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