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그룹 '각사 독립체제'로 비상경영

정사장이 배후 역할할 듯…경영차질 불가피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공백상태인 현대차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어떻게 꾸려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별도의 대책기구를 구성하거나 권한 대행을 정하지 않고 '각사(各社) 경영체제'로 운영, 계열사별 최고경영자들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위기 상황을 타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등이 동반되는 주요 사안의 경우 정 회장이 '옥중 결재'를 하거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막후에서 정 회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 '각사 독립경영체제' 시동 =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정 회장 구속다음날인 이날 현대.기아차 부사장급 이상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향후 경영체제 방안 등에 대해 협의했다. 그룹은 또 이날 대책회의에 이어 곧바로 현대.기아차의 상무급 이상이 참여하는확대간부회의도 열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이날 부사장급 이상 대책회의에서는 정 회장의 공백에 따른 경영체제 운영 방안에 대해 협의, 향후 그룹을 계열사별 '각사 독립경영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책회의와 관련 "별도의 비상대책기구나 대행체제는 없고 각사대표들 책임하에 정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전력을 다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방침은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집단경영체제로 전환하더라도저마다 분야가 다른 그룹의 특성상 의견 통일이 쉽지 않은 데다 주요 사안의 경우오너가 아닌 만큼 책임을 지고 의사를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총수 권한대행 체제의 경우 그동안 정 회장이 계열사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경영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정 회장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할 만한 인물이 없기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또 현대차그룹이 지난 19일 발표한 사회공헌방안에서 기획총괄본부 조직을대폭 축소.개편해 계열사별로 자율 경영체제를 구축, 계열사 대표가 책임과 권한을갖고 독립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 정 사장 '배후' 역할할 듯..경영차질은 불가피 =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기존처럼 계열사별로 대표 책임하에 경영을 하되 대규모 투자 집행이나 신규 사업 등각사 대표의 전결 권한을 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옥중에 있는 정 회장의 최종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 회장의 경우 그동안 국내외에서 각종 현안과 전망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접하고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해왔지만 '옥중'에서는 정보 차단 등으로 판단이 흐려지고 경영 마인드도 위축될 수 밖에 없어당분간 대규모 투자나 신규사업은 올스톱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에 따라 그룹측은 정 회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는 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사실상 '2인자'인 정 사장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막후에서 정 회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로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즉 이번 검찰 수사의 대상 가운데 하나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인 데다 정 사장도 비록 몸은 자유롭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인 만큼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정 회장 권한 대행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비상 경영을 하더라도 향후 그룹 경영에는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그룹 차원에서는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총수 부자가 사법처리를 받고 있는상황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 진행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에서는 검찰 수사 이후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마자 기아차의 동남아 CKD(현지 조립생산) 공장 건립계획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이 배후에서 정 회장의 권한을 대행하더라도 본인마저 불구속수사가 진행중인 상태여서 활동에 제약이 있는 데다 그동안의 짧은 경험 등에 따른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제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을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각사 경영체제로 운영되더라도 일상적인 업무만 진행할 뿐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사안들은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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