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갈수록 깊어지는 내수침체의 골

내수침체를 알리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소비심리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LG경제연구소는 경기동행지수가 지난 2000년 8월을 정점으로 49개월간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여 우리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경제난 심화의 가장 큰 요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내수 부진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서비스활동 동향에 따르면 3ㆍ4분기 중 서비스업 생산이 전년 동기에 비해 1.3% 감소했다. 분기별 서비스업 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9년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대표적 내수 업종인 소매업은 9월 중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가 줄어 2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며 역시 최장기간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갔다. 교육서비스업은 지난 3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학원업이 13.5%나 줄어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또 영화산업은 지난 8월 1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9월에는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 형편이 어려워도 자녀들 학원비는 아끼지 않는 관행과, 영화산업은 그동안 국산 대작 영화들의 연이은 대박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학원과 영화부문의 감소는 시사하는 바 크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내수침체의 양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동산 및 임대업도 10.8%나 줄었고 특히 부동산업이 5.8%나 줄어 역시 사상최대폭의 마이너스를 보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러다 우리경제가 정말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사정이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운 쪽으로 흐르면 경제 주체들의 의욕과 자신감이 더 위축돼 경제회복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고 자칫하면 우리경제의 최악의 시나리오인 진짜 장기불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증가ㆍ투자부진ㆍ고용사정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ㆍ세제ㆍ금리정책 등 웬만한 수단은 거의 모두 동원했다는 점에서 당장 내수경기를 되살리기도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수부진이 더 이상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거시지표에 근거한 낙관론에서 벗어나 내수침체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국정의 우선순위를 경제 살리기에 두고 필요한 재정 금융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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