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나홀로 달러 약세가 유럽 아시아 등 여타 경제권을 옥죄고 있다.
특히 유로화는 27일 지난 99년초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인 유로당 1.19달러를 넘어서며 유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달러화와 고정환율제(페그제)로 움직이는 중국을 제외하곤 일본 등 아시아국들도 자국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하루에만 1조5000억달러(세계 무역 서비스 거래의 10배)가 거래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에 따른 유로 엔 등 여타 경제권 통화의 강세가 해당국의 실물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제로섬 게임이 적용되는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달러 경제가 이득을 보면 여타 경제권은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달러 약세가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일본과 유럽 경제에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ㆍ4분기 유럽경제의 핵심인 독일은 성장률이 0.2% 하락했고 일본은 10년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다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 같은 터에 유로 강세는 유럽 수출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수입물가가 떨어지면서 물가하락 -) 기업 수익 악화 -) 투자 축소-) 실업 양산-) 경기 침체라는 디플레 악순환마저 우려되고 있다.
수출 확대로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일본도 엔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 유럽중앙은행(ECB)는 현행 2.5%인 기준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통화정책 여지라도 있지만 일본은 제로금리까지 떨어져 있어 정책 운신폭도 없다.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1.25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유로권의 성장이 멈출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아시아권도 달러 가치에 고정돼 움직이는 중국 위엔화 약세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수출 기업은 달러화와 함께 위엔화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여타 아시아국은 자국 통화 강세로 그만큼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 뻔하다. 바클레이즈 캐피털 투자은행에 따르면 교역 상대국의 통화 바스켓 가중치에 대한 위앤화 가치는 올들어 지금까지 3.8% 떨어졌고 지난 1년간 6.9% 하락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