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영구 씨티銀, 은행장 5연임 실패 확률 높아… 지주사 회장직 유지 사전포석

하영구 씨티銀 행장 명함에 금융지주 회장이 빠져 있는 이유는?


최근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하영구(사진) 한국씨티은행장의 명함에는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직함이 빠져 있다.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하 행장은 외부에 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리처드 힐 SC은행장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 대표이사 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대해 내년 3월 은행장에서 물러나더라도 금융지주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 행장은 지난 2010년 6월 지주사 출범 이후 지주사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지주사 대표와 은행장 임기는 내년 3월31일자로 종료된다. 하 행장은 2010년 4연임에 성공하며 은행권 최장수 행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에 사상 최대 고액배당과 구조조정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며 5연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장 지주사의 경우 지주사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은행장이 임기가 끝나도 지주사 회장 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장호 BS금융지주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오는 3월 은행장 임기를 마치면 금융지주 회장직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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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상장 지주사는 은행장 임기 종료시 지주사 회장직에서 함께 물러나는 것이 관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 행장이 은행장 5연임에 실패해도 지주사 회장직 유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금융계에서는 한국씨티의 금융지주 체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씨티금융지주 계열사는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씨티그룹캐피탈ㆍ씨티금융판매서비스 단 3곳에 불과하다. 같은 외국계 은행 중 SC금융지주가 은행과 캐피탈ㆍ저축은행ㆍ증권ㆍ펀드 등 5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지주사 임직원 수도 SC금융지주의 경우 150명에 이르지만 한국씨티지주는 4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국씨티금융지주가 실질적인 기능이 없는 명목지주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씨티금융지주의 경우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지주사 체제"라며 "사실상 미국 씨티그룹으로 배당을 위한 창구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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