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와 정보 제공업체에 대외 악재가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더구나 걸프전이 발발하고 북한 핵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던 91ㆍ94년과는 달리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가 동시에 악재로 작용,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91ㆍ94년 국민은행의 아파트 매매지수를 분석한 결과, 당시 걸프전과 북핵위기 등 대외변수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걸프전은 40여 일만에 종결되는 단기전이었고 북핵은 제네바합의로 마무리 됐기 때문.
실제로 90년 10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지수는 108.3포인트. 걸프전이 발발하기 전인 91년 1월까지 매매지수는
▲11월 111.3
▲12월111.2
▲91년 1월 112.9로 지속상승 했다. 지수는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5월에 123.2까지 올라간 후 떨어졌다. `서울 불바다`파문이 있었던 93년 말과 94년의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지수는 1포인트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뿐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걸프전 종결 등의 호재도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91년 2월 걸프전이 종결되지만 아파트 값은 4월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 91년 12월에는 지수가 106.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는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 지수는 이후에도 하락을 지속, 94년 1월에는 99포인트로 떨어졌다.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주택은 약보합을 유지, 94년 12월에는 100포인트에 머물렀다.
결국 91ㆍ94년 주택시장은 대외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신 91년 이후 가격 추이는 입주량과 관계가 있었다. 91년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입주물량이 급증, 공급의 물꼬를 텄고 92년 이후 5대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서 5년간 주택시장이 안정됐던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주택시장도 이라크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주택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변수는 주택 공급물량과 정부정책이다. 지난 2000년 7만6,000가구에 달했던 서울지역 입주물량이 2001년 5만4,000가구, 2002년 3만6,000가구로 감소하는 등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매지수가 지난 해 10월 172.1까지 치솟았으나 대규모 다세대ㆍ다가구 입주와 정부의 주택안정시장 정책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올 1월에는 168.4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내전쟁 발발 등의 큰 대외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주택시장은 국내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택지난으로 인한 공급부족과 오는 2005년까지 매년 44만 가구의 신규ㆍ대체수요가 필요하다는 점이 주택시장의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