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재의 조건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사실 이 질문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인재에 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산업과 기업의 특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회피할 수 없는 까닭은 기업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것이고, 그 사람들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까닭에 경영자로서 나름대로의 인재관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업과 같은 고도의 지식서비스산업에 있어서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의심할 여지없이 `사람`이기 때문에 인재론이 갖는 무게감은 여타 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재의 보편적 기준은 우선, 원칙을 준수할 줄 알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과거 근대화 시기처럼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맹목적 결과 지상주의자들이 대접 받고 중용 되던 시대는 지났다. 무원칙과 비합리가 얼마나 우리 기업들을 멍들게 했고, 경쟁력을 떨어뜨렸는지는 지나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두 번째는 토론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피력하고 설득해서 올바른 결론과 타협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창조적 리더가 될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증권업에 한정해서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몇 가지의 기본적 자질을 갖춘 다음에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고객의 요구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연구해서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고객 중심적 사고와 행동, 어려운 난관이나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생각하고 결정한 바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천력과 추진력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들과 바꿀 만한 덕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열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을 아무리 갖췄다 하더라도 일에 대한 열정, 목표에 대한 열정, 공동체와 구성원들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진정한 인재라고 부르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존 템플턴도 열정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또한 그 열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잠자고 있다고 하고, 열정을 깨우는 때가 인생이 성공으로 돌아서는 터닝포인트라고 역설한 바 있다. 누군가 `어떤 사람이 인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 마디로 답할 것이다.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기다리는 21세기 기업 환경에서 기업을 깨우는 인재는 천재도 수재도 아닌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종수(대우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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