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6일] 아이패드와 닮은 기기들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 2010'에서 삼성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최초 공개됐다. 앞서 한국에서는 KT와 중소기업 엔스퍼트가 합작품인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을 선보였다. 갤럭시탭은 기술력과 전세계적인 판매망을 갖춘 삼성 제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성공이 예상된다. 무거워서 휴대하기 불편한 애플의 아이패드와 달리 가볍게 만들어졌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아이덴티티탭은 일찌감치 중저가 태블릿PC 시장을 겨냥한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보급형 제품인 만큼 어느 정도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제품 다 현재 책정된 가격 또는 가격 예상치에 적절한 하드웨어 '스펙'을 갖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앞서가는 정보기술(IT) 제품일수록 스펙이나 필요성보다는 '가치'가 중요하다. 미국의 IT 전문지인 PC월드는 갤럭시탭에 대해 '훌륭한 기기지만 아이패드처럼 소비자들이 줄을 서가며 구입하려 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가격을 낮춰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갤럭시탭을 구입한 사람이 아이패드 이용자만큼의 자부심을 느끼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 자부심이란 '허세'의 순화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당장 물건을 팔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갤럭시탭과 아이덴티티탭이 '아이패드와 너무 닮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제로 세 기기는 나란히 두고 사진을 찍어놓으면 형제처럼 보일 정도로 디자인부터 엇비슷하다. 운영체제 등이 다르고 급변하는 IT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이패드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크게 찾아보기 힘들다. 갤럭시탭과 함께 IFA에서 공개된 도시바의 '폴리오100'은 태블릿PC가 전부 아이패드처럼 생겨야 할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빠르게 진화해왔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떻게 1등을 따라잡을까 하는 고민도 중요하지만 한국제품만이 전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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