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관리' 재경부 숨죽이고 韓銀 큰 목소리

재경부 '국감 후폭풍'에 개입 자제… 한은 "실탄 무한" 전면나서 대조적 모습<br>환율 3원 하락 1,125원

환율이 1달러당 1,120원대까지 미끄러지면서 외환시장에 대처하는 정부당국과 중앙은행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환율관리를 해왔던 재정경제부가 뒤로 빠지는 대신 한국은행이 전면으로 나서는 양상이다. ‘숨죽인 재경부, 목소리 높이는 한은’이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 외환 담당자들이 28일 오전 긴급 회동, 외환시장 안정에 협력하기로 합의해 향후 개입강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3원90전 내린 1,125원으로 마감했다. 힘겨루기의 한 축인 재경부 국제금융국은 최근 환율이 급락을 거듭하는 동안 구두개입을 삼가면서 “시장에 맡긴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어왔다. 역외선물환시장(NDF) 등 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1조8,000억원 규모의 손실로 국정감사에서 ‘난도질’을 당한 데 따른 위축임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탄도 넉넉지 않은데다 ‘개입’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나빠진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내년도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발행 한도로 28조5,000억원을 승인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감 후폭풍’으로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재경부가 이처럼 숨죽인 동안 한은은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은 “찔끔찔끔하지 않고 대규모로 (개입을) 하겠다”며 “중앙은행은 원론적으로 한도가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실탄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양측의 모습에 시장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한 딜러는 “외환정책에서 한은의 입장이 힘을 받자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을 살리기 위해 환율을 버팀목으로 삼아야 한다는 재경부와 달리 한은은 원화가치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재경부가 마냥 뒤로 물러서 있을지는 모르는 일”라며 “1,200원까지 붕괴될 경우 당국의 본격적이고 물리적인 개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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