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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백14는 완착이었다

제2보 (10~15)



창하오의 백10이 무엇을 주문하고 있는가를 이세돌은 잘 안다. 참고도1의 흑1로 잡는 것은 백의 주문에 말려드는 길이다. 백은 2로 붙이고 4로 끊어 우변을 수습할 예정이다. 실전보의 백10이라는 고지를 선점한 백이 우변까지도 힘 안들이고 수습하게 된다면 흑이 우상귀에 철주를 세웠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가게 된다. 이세돌은 5분을 생각하고 흑11로 협공했다. 고지를 점령하고 기세를 올리는 적군을 양쪽에서 공격하여 혼을 내줄 작정이다. 창하오의 백12는 이세돌의 흑11과 똑같은 발상법이다. 고지를 공격하려는 적군을 배후에서 협공하여 심히 무색하게 만들겠다는 배짱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렬한 샅바싸움입니다."(윤현석) 흑13은 일종의 전장이탈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고지의 주도권 싸움을 짐짓 외면하고 상대방의 안방을 슬쩍 엿본 것이다. "상대방을 다소 약올리는 착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찬성하기 어렵군요. 전투 현장을 지원하는 것이 정수일 겁니다."(윤현석) 윤현석은 흑13으로 A에 지켜두는 것이 정수라고 단언했고 백대현7단과 강지성8단(이날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음)도 똑같은 의견이었다. "이젠 싸움의 주도권이 백에게 넘어갈 것 같습니다."(김만수) 김만수는 참고도2의 백1, 3이면 백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하오는 실전보의 백14로 공연한 여유를 부렸고 이세돌의 흑15가 멋진 수가 되고 말았다. 이 수가 놓여서는 흑이 편해 보인다. 백14는 완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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