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러브, 올 영화계 트렌드 바꿀까

강우석 감독, 따뜻한 에너지로 감동 선사<br>작년 '천편일률적 잔혹 영화' 대체 기대


시작과 동시에 결말이 예측되는 영화들이 있다. 보통 그런 작품들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청각 장애 야구단의 이야기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영화 '글러브'도 관객이 티켓을 끊는 순간 이미 작품의 줄거리를 예측하고 있을 법한 작품이다. 더러는 강우석 감독 특유의 유머와 다소 과잉된 감정으로 이끄는 극의 분위기까지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작품이 시종일관 내뿜는 '따뜻한 에너지' 때문이다. 이 따뜻한 에너지는 '잔혹한 열정'으로 들끓었던 지난 2010년의 영화계를 마무리시키고 2011년 영화계의 트렌드를 새롭게 이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성장 이야기를 담는다. 잘 나가는 프로 야구선수였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 스캔들로 제명 위기에 처한 김상남(정재영)과 갓 신설된 청각장애 야구부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김상남은 제명 위기에 처해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청각장애 야구부 학생들을 가르치러 충주에 내려오고 아이들은 전국대회 1승을 향해 그를 따른다. 충주 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답게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악인 없이도 영화는 적절한 유머와 처절한 눈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영화가 말하는 진짜 갈등은 악인과의 싸움 등 외부에서 빚어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김상남은 몸값을 올리려고 궁리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라 정말 야구를 좋아해서 지문이 없어지도록 연습했던 시절의 초심을 찾고, 아이들은 '장애'라는 이름의 굴레 때문에 쉽게 깨지 못했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자신과의 싸움에 지쳐 관두고 싶다가도 이를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강호 야구단과의 싸움에서 32대 0으로 대패한 아이들이 울부짖는 장면과 손가락이 헐도록 공을 던진 투수의 손에 뭉클하는 이유다.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이끼(2010)' 등 최근 몇 년간 남성적인 이야기를 만들어오던 강우석 감독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시절 초심으로 돌아가 이런 감동 영화에 도전했다.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중견 감독인 그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준 덕에 한동안 천편일률적이던 충무로 트렌드에 활기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게 충무로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자신과의 싸움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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