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4일 발표한 `노사관계 제도 선진화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체근로와 직장폐쇄 등 `사측 대항권`을 크게 강화해서 파업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등으로부터 후진적이라고 비판 받는 노동기본권 강화에 무게를 두고 사측 대항권을 일부 개선하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강경ㆍ보수화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는 총파업도 불사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용자의 권한 강화 방안= 노동부는 파업이 발생할 경우에 사용자들이 노동자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각종 수단을 제공했다.
▲대체근로 제한 완화와
▲직장폐쇄 확대
▲부당해고 처벌요건 완화
▲유니온숍 규정 정비 등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이번 방안대로 공익사업장에 대체근로제가 완전 허용되고 일반 사업장에서도 신규채용과 하도급을 통해 외부에서 인력을 조달하면 노동자의 파업권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측은 관련 업종의 퇴직자나 전문가들을 외부에서 자유로이 조달해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반면,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는 파업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등 교섭력이 극도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가 직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쉽게 됐다. 현행 직장폐쇄는 합법 파업에만 허용되고 있는 것을 불법파업에 대해서도 직장폐쇄를 할 수 있도록 해서 파업의 합ㆍ 불법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하게 된다.
◇노동자의 기본권 일부 강화 방안=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필수공익사업장의 폐지, 전임자 급여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실업자는 기업단위의 개별 사업장의 노조에는 가입하지 못하되 산별노조ㆍ상급노동단체 등 초기업단위 노조에는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했다. 또 현행에는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서 금지하는 것을 노조 규모별로 법령이 정하는 기준 내에서 최소한도의 전임자 급여를 지원하는 경우는 허용하기로 했다. 단 기준에 넘을 경우에는 제재할 방침이다.
◇노사정위 파행 예상= 노동부가 개선안을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함으로써 이 안을 가지고 노사정간에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계가 개혁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계가 노사정위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등 파행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노사가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를 하더라도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노와 사측의 안이 각각 정부로 이송된다. 그러면 정부는 노사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지만 당초에 발표한 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건은 노사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위에서 이 방안을 놓고 언제까지 논의하고 최종 법안을 기존 법안대로 만들어 나갈 지 등에 대해서 정부가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