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 주역불구 「비리온상」 매도… 사기 바닥권『창업 이후 나는 한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결혼해서도 신혼여행이라고 가서 하룻밤 자고 그 다음날 오후에 올라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이 유일하게 쉰 날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한 말이다.
우리나라 주요기업의 창업자나 회장들은 거의 「일 중독자」들이다. 전문경영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막과 동토를 넘나들며 시장을 개척했고 달러를 벌어들였다.
손병두 전경련상근부회장은 『회사에 다닐 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아버지 없는 아이로 오인받은 적도 있다』고 회사원 시절을 회상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지금과 같이 비교적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도 이렇게 열심히 일한 기업인들의 덕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기업인들을 주례로 모시는 일은 드물다. 민관행사에서 기업인들의 자리는 뒤쪽이다. 간행물에서 나이든 기업회장의 이름은 젊은 공직자의 뒤에 나열된다. 기업인에 대한 이런 인식은 사농공상의 뿌리깊은 관념 때문이며 기업경영활동의 궁극적 이유를 개인재산의 축적과 세습으로 보는데 따른 것이다. 또 「경제력 집중은 나쁘다」「소유와 경영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는 잣대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규제」해온 경제정책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인들에 대한 역대 정권의 편향된 시각이다. 3공시절 기업인들은 「부정축재자」였고 5·6공에서는 「문어발」이었다. 문민정부 들어서는 「비자금의 온상」이었다. 총수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다 보니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기업·기업인=부정과 비리」라는 등식이 형성됐다.
기업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구조적 불황이 계속되고 고비용·저효율구조에 의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면서 기업인들은 일할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그들은 항변한다.
『지금까지 번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골치아픈 기업을 했겠는가.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경제와 나라를 위해서 일했다.』(오디오업체인 인켈 창업주 조동식 회장)
『기업인의 부는 「특혜」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룬 것이다. 경제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그 혜택을 누리면서도 부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에 대한 시기심」일 뿐이다.』(공병호 자유기업센터소장)
기업인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명예와 성취욕 때문이다. 그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성취욕을 마음껏 채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손전경련부회장은 『우리 기업들을 경제전쟁의 일선에 내보내려면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어야 한다. 수출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인들의 힘을 북돋워주고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인들의 기가 살아 있어야 외국의 초일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못지않게 기업인이 주례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때다.<민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