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악질 업자 기업사냥' 허물어진 중견업체

돈 빌려 회사인수뒤 회삿돈 빼내 상환…서민들 '허탈'

'20위권 상장업체가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최근 대표이사가 횡령혐의로 잇달아 구속된 상장 건설업체 남광토건과 한신공영이 단 세 사람의 치밀한 `작전'에 의해 간단히 인수합병된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남광토건과 한신공영은 대한건설협회가 공개한 작년 국내 건설공사 수주실적에서 3천164억원과 5천121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42위와 28위에 자리한 중견 건설업체. 창립 50년 이상된 두 업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여파로 각각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의 시련을 겪었다가 수백억대 돈뭉치를 들고온 `전주'에게 인수.합병되는 등 비슷한 행로를 겪었다. 50년 설립된 한신공영은 98년 6월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오다 재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최용선(구속)씨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 인수됐고 47년 설립된 남광토건은 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2002년 4월 졸업한 뒤 작년 7월 이희헌(구속)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2개 기업이 각각 최씨와 이씨에게 인수되는 과정도 `브레인'이자 `자금책' 역할을 한 B사 대표 김모씨가 깊이 관여하면서 상당 부분 닮은 구석이 있다. 한신의 최씨는 회사인수 당시 김씨로부터 빌린 340억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담보삼아 L캐피탈로부터 340억원을 대출받은 뒤 회사인수비용에 충당한 것으로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최씨가 인수과정에서 빚진 340억원을 해결키 위해 회삿돈 300억원을 영업 대여금으로 가장해 빼돌린 것으로 조사된 시행사도 김씨가 운영하는 T사였다. 김씨는 최씨의 회사인수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셈. 남광의 이씨도 약정한 전체 인수자금 438억원 중 300억원이 모자라자 인수한 남광토건 자금으로 만든 300억원 상당 CD를 모 은행에 보호예수한 뒤 은행원을 매수한김씨의 도움으로 300억 짜리 CD를 불법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또 이 CD를 담보로 L캐피탈로부터 300억원을 대출받아 인수자금 잔금으로 결제한 뒤 남광토건 시행사인 S사와 A사 등에 제공하는 영업보증금 명목으로 빚(300억원)을 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최씨는 자신이 한신 인수에 투입한 자금 450억원 중 340억원을 한신 자금으로 해결했고, 이씨는 438억원 중 300억원을 역시 인수기업인 남광의 자금으로 간단히 해결한 셈. 검찰 관계자는 "두 사건은 결과적으로 인수자의 자금보다 인수대상의 돈이 더들어간 `무자본 M&A'의 사례"라며 "건전한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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