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관료주의 헌혈시스템 원성

“우리 나라 사람들은 선진국에 비해 헌혈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50명 미만은 채혈차량을 보내줄 수 없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요?” 최근 모 회사 영업본부 직원들은 경주에서 영업전략 워크숍을 가졌다. 지난해 실적을 평가하고 올해의 사업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세미나기간 중 직원들은 회사일과는 상관없는 일에 한 마음이 됐다. “이렇게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듯 우리들도 사회 봉사활동이나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자”고 결의한 것이다. 마음을 하나로 뭉친 그들은 경주에 내려온 차에 영업본부 직원 모두가 헌혈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본부장 A씨는 “28명의 직원 모두가 회사업무도 아닌 일에 100%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었 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실망감으로 되돌아 오는 데는 많은 시 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주인근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측이 “헌혈 희망자가50명 미만은 채혈 차량을 보내 줄 수 없다” 면서 거부의사를 밝혔기 때문 . 헌혈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영업본부 직원들의 마음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적십자사는 늘 응급용 피가 모자란다면서 캠페인을 벌이지 않습니까? 그 런데 알고 보니 국민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료주의에 물든 적십자사 채혈 시스템이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헌혈을 하겠다는 데 50명이 넘지 않기 때문에 채혈차량을 보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직원들은 할말을 잊었습니다.” A본부장은 “인원이나 장비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현행 적십자 사 채혈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면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헌혈 캠페인은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원 관계자는 “과음을 했거나 각종 치료제를 복용하 는 사람 등의 혈액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헌혈자가 50명이라도 채혈한 혈액의 활용 가능성은 50% 수준”이라면서 “혈액원의 차량상황과지원인력ㆍ일일 채혈량 등을 고려해 차량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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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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